여성의 얼굴에 나체 사진 등 음란물을 합성한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물'이 온라인에서 범람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피해가 이미 확산된 상태여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오는 28일부터 내년 3월까지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이번 기회에 불법합성 성범죄물 제작부터 유포까지 추적·검거해서 피의자를 발본색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일부 누리소통망에서는 참여자들끼리 특정 지역·학교 공통 지인을 찾아 이를 대상으로 허위영상물 등을 공유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범행 수법이 구체화·체계화되고 있는 양태를 보여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허위영상물 등 범죄 발생 건수는 2021년 156건에서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올 7월까지 발생건수는 297건으로 지난해보다 100건이 늘어났다.
딥페이크 제작에 가담하는 청소년들도 많고 피해를 당하는 청소년들도 늘어나면서 교육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및 예방을 위한 교육 안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예방교육을 실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딥페이크'와 관련된 학생들의 피해·가해 현황도 수집하고 있다.
국회도 관련법 개정안을 줄줄이 발의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딥페이크 영상 배포뿐 아니라 소지·구입·시청한 자까지 처벌하는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황명선 의원도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촬영물에 관한 처벌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강화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불법 촬영부터 유포, 합성, 성적 모욕 등이 학교나 가족 같은 일상적인 공간에서도 벌어지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직접 내 주변 사람이 가해자인지 찾아나서는 상황에 이른 것같다"며 "성평등 교육이나 플랫폼 규제, 처벌 강화 등 여러 기관의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이 대부분 '피해 예방'과 '재발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서비스(SNS)에서는 "지금 당장 피해본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하나", "플랫폼에 직접 대화방 정보를 요청하는 식으로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등 현 상황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딥페이크 논란은 이전에도 연예인들 대상으로도 있었던 거 같은데, 피해가 커지고서야 대책을 마련한다"며 뒷북 대책을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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