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통제불능"...호주, 늘어난 사슴에 '골머리'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4-09-20 16:30:32
  • -
  • +
  • 인쇄

호주가 토끼에 이어 늘어나는 사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현지시간) 100명 이상의 호주 빅토리아주 토지소유자와 관리자, 환경단체 및 학자들은 빅토리아주 농업부 및 환경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야생사슴의 법적 지위를 보호동물에서 유해동물로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서한까지 보내게 된 배경에는 야생사슴 개체수가 급증했기 때문. 조던 크룩 빅토리아국립공원협회 관계자는 "사슴이 농업과 환경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며 "여우, 토끼, 돼지와 함께 사슴을 유해동물로 인식하고 보호조치를 해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야생사슴이 주 전체에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열대우림, 고산습지 등 멸종위기에 처한 종의 중요한 서식지를 파괴하고 농업 및 도로 안전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며 "야생사슴을 유해동물로 지정하고 개체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에서 사슴은 야생동물보호법 입법 당시 토종동물과 함께 보호동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해당 법은 입법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채 관료적 유물로 남았다는 것이 크룩의 설명이다.

라 트로브 대학의 생태학자 알렉스 메이지 박사도 "야생사슴이 단데농 산맥의 셔브룩 숲과 같은 온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며 "몬불크 크릭에 흐르던 수정처럼 맑은 개울은 사슴들에게 짓밟혀 탁한 진흙물이 됐다"고 말했다.

메이지 박사에 따르면 사슴이 셔브룩 숲에 서식하는 사사프라스 나무의 90% 이상을 심하게 손상시켰다. 나뭇잎 덮개가 사라지면서 습하고 그늘진 지역이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이는 금조류와 셔브룩옆새우(sherbrooke amphipod) 등 지역 고유종의 서식지에 악영향을 미쳤다.

빅토리아주 그램피언스 지역의 농장주 톰 구트리는 "사슴 수가 이미 통제불능 상태"라며 "10년 전에는 무리지어 5~6마리가 보였는데, 어제는 40마리가 모였다"고 말했다.

사슴은 농부들에게 막심한 피해를 입혔다. 이들은 쉽게 울타리를 뛰어넘어 포도원을 망치고, 포도를 비롯한 귀중한 농작물들을 뜯어먹는다고 구트리는 전했다. 이어 그는 "10년 후 사슴 수가 더 많아진 후에 줄이려면 너무 늦을 것"이라며 "이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비정부기구 침입종위원회(Invasive Species Council)에 따르면 빅토리아주의 야생사슴 개체수는 수십만에서 수백만에 이른다. 호주에서 사슴이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23년 사냥한 사슴의 수는 약 13만7090마리다. 

하지만 호주사슴협회는 사슴을 유해동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협회는 "야생사슴 관리에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유해동물 지정을 추진하는 일은 모순적"이라고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친환경 교통수단이 생태계 위협”…녹색 교통수단의 역설

기후 대응을 위해 확대 중인 저탄소 교통 인프라가 오히려 생물다양성과 도시 자연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이 줄더라도 숲

국립심포니, 폐자원으로 업사이클링..."4년간 나무 5007그루 식재 효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지난 2022년부터 폐현수막, 폐악보, 폐플라스틱을 수거해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하면서 약 30톤의 탄소를 감축하고 278만리터

폐자원 수거하고 환경교육까지...기업들, 환경의 날 맞아 다양한 활동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업들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쳤다.4일 LG전자는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

[최남수의 ESG풍향계] 이재명 정부의 ESG정책 방향은?

굳이 이념적 경향성을 따지자면 ESG는 진보 이슈에 더 가깝다. 환경보호와 사람존중 등이 핵심 주제여서 그렇다. 실제로 각 정파가 ESG에 접근하는 움직

SK AX, 카테나X OSP 자격 획득...유럽 ESG 핵심 파트너 등극

SK AX(옛 SK C&C)가 4일 유럽 최대 자동차 공급망 ESG 데이터 네트워크 '카테나X(Catena-X)' 운영사인 '코피니티X(Cofinity-X)'로부터 온보딩 서비스 사업자(On-boa

현대홈쇼핑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아파트 2000곳으로 확대

현대홈쇼핑이 폐가전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전자폐기물 자원순환 캠페인' 규모를 아파트 단지 총 2000곳으로 확대한다.현대홈쇼핑은 지속가능한 환

기후/환경

+

작년 동남아 바다 덮친 '해양 열파'...호주 면적의 5배

지난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일대에서 발생한 해양 열파의 면적이 호주 국토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5일(현지시간)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9개국 대표단과 시민 1만여명 참여"...2025 환경의 날, 제주서 마무리

2025 세계 환경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5일 제주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환경부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BeatPlasticPllution)'

'환경의 날' 맞은 환경단체들 새 정부에 '환경 정책' 이행 촉구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새 정부를 향해 기후 위기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 정책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전 서울

"기후위기 시계를 멈추자" 청년단체, 새 정부 기후대응 촉구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청년단체들이 국회 '기후위기 시계' 앞에서 이재명 정부와 국회의 기후 대응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기후변화청년

비가 안와서 가뭄?...더워진 대기가 수분 빼앗아 가뭄 늘었다

더워진 대기가 공기중 수분을 빨아들이면서 전세계적으로 가뭄이 발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4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 수문기후학자

전세계 하천 통해 수만년전 탄소가 대기로 방출

전세계 하천을 통해 고대에 존재하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기존 탄소 순환 모델과 기후목표 설정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