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흡수하는 생태계 무너지면...탄소감축 효과 '제자리'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4-10-15 12:29:22
  • -
  • +
  • 인쇄
▲지난 2일 콜롬비아 아마소나스주에서 가뭄으로 아마존강의 유량이 90% 감소한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자연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자연생태계가 기후위기로 붕괴되면 인간이 탄소를 감축한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엑세터대 지구시스템연구소 앤드류 왓슨 교수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기후예측모델은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100년에 걸쳐 서서히 퇴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 영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하지만 탄소흡수원의 붕괴는 이 예상보다 훨씬 빠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소흡수원은 나무, 습지, 토양 내 미생물, 플랑크톤, 산호 등 자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요소를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자연의 탄소흡수원이 지난 60년간 인간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의 56%를 흡수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자연의 탄소흡수원은 그 기능이 빠르게 퇴화되고 있다. 올 7월 공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전년대비 86% 증가해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전세계 탄소배출량은 0.6%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자연의 탄소흡수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제로 생태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균열이 생기면서 탄소흡수원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던 세계 각지의 열대우림들은 벌목과 농지개간으로 탄소배출원으로 역할이 바뀐지 오래다. 특히 올해는 역대급 가뭄으로 아마존강의 수위는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가뭄과 폭염으로 산불이 도처에서 발생하면서 탄소흡수원 생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해양환경도 위태롭다. 바다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낮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동물성 플랑크톤은 한밤에 해저에서 올라와 식물성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다시 바다 깊은 곳으로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탄소가 포집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해빙이 많이 녹으면서 바다가 더 많은 양의 햇빛에 노출돼 동물성 플랑크톤의 수직 이동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바다의 탄소포집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탄소흡수원이 제기능을 잃으면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도 차질을 빚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림벌채율이 가장 높은 핀란드는 산업부문 탄소배출량을 43%까지 저감했음에도 최근 자국 탄소흡수원인 이나리(Inari) 지역 인근의 숲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국가 탄소배출량은 줄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요한 로스트롬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소장은 "지금까지는 생물다양성이 유지되면서 탄소배출을 조용히 카펫 아래로 밀어넣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 안락함에 취해 실제 위기를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류 왓슨 교수는 "자연의 탄소흡수원이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항상 뒷전으로 미뤄왔다"면서 "하지만 탄소흡수원이 언제까지 남아있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이제는 변화하는 기후에 따라 탄소흡수원 기능이 멈췄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질문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수자원공사, SK하이닉스와 PPA 체결...6월부터 수력에너지 공급

한국수자원공사가 SK하이닉스에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직접전력거래(PPA)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를 위해 한국수자원공사는 30일 SK하이닉스 이천

"현대차, 배출량 전과정평가(LCA) 시스템으로 95%까지 추적 가능"

"현대차는 전과정평가(LCA)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95%까지 추적할 수 있다."홍성준 현대자동차

이니스프리, 수거 공병으로 만든 '마키토이 그린티' 한정판 출시

이니스프리가 국내 작가 '마키토이'와의 협업한 '마키토이 그린티' 한정판을 출시했다고 30일 밝혔다.이번에 출시한 '마키토이 그린티 리미티드 에디션

대한항공, 폐항공기 업사이클링…네임택·볼마커 굿즈 출시

대한항공이 폐항공기 동체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굿즈 시리즈에서 에어버스 A380 기종을 활용한 제품을 처음 선보인다.대한항공은 브랜드 굿즈 공식 판

전국 226개 시군구, 첫 탄소중립 계획 수립…감축사업 본격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모두 탄소중립 실천전략을 담은 '제1차 시군구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해 5월 30일까지 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신임 대표에 SK E&S 추형욱 대표 선임

SK이노베이션이 추형욱 SK이노베이션 E&S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에는 장용호 SK(주)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SK이

기후/환경

+

온난화로 미국과 캐나다 빙하 70~80% 사라질 위기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빙하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지고, 특히 미국 서부와 캐나다의 빙하는 최대 80%까지 없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29일(현지시간)

[영상] 캐나다 134건 산불 동시다발...매니토바주는 '불바다'

캐나다 서부 매니토바주에 22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 발생하는 국토 전역에서 134건의 산불이 발생했다.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매니토

美 청소년들 트럼프 反기후정책에 제동..."생명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친(親) 화석연료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청소년들에게 '생명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당했다.30일(현지시간) 비영리 법률단

하와이 산호초까지 위험하다...기후변화와 성게 급증이 원인

하와이 산호초들이 파괴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득이나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급증한 성게의 먹잇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28일(현지시간) 켈리 반

AI가 제작한 국내 '홍수 위험지도'...침수위험 높은 지역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의외로 홍수에 취약한 지역인 것으로 인공지능(AI) 분석에서 나왔다.포항공과대학교(POSTECH)와 경북대학교가 인공지능(AI)을 통

EU '2030 55% 감축' 목표 근접…2040년까지 90% 줄인다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2040년까지 90% 감축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EU집행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