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리가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 '뷰티풀펠로우'에 선정된 기업을 차례로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뷰티풀펠로우는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로 일상생활 속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혁신리더를 선발해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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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스로를 시민단체로 여긴적은 없습니다. 기후위기라는 공통분모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죠."
갈수록 기후위기 영향이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응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지만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처럼 자기 인생을 내려놓고 기후위기에 맞서기란 쉽지 않다. 특히 제 앞가림을 하기 시작한 사회초년생과 청년들에게 기후위기는 소극적인 주제일 수밖에 없다. 내 인생에 열중하면서도 기후위기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기후변화청년모임 사단법인 '빅웨이브'(Bigwave)가 그 답을 제시했다.
빅웨이브의 김민(33) 상임공동대표는 "기후대응 자체가 몰두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각자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다양한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기후위기'라는 공통분모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청년이긴 하지만 나이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고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은 모두 청년이라는 식으로 운영중"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빅웨이브'는 641명의 회원을 둔 국내 최대 기후변화청년모임이다. 6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일 수 있던 이유는 빅웨이브가 의무나 강제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회원들은 저마다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방법을 제시할 수 있고, 이렇게 나온 의견을 취합해 다른 회원들과 함께 실현해낸다.
실제로 빅웨이브는 지난해 3월 온실가스 배출량 국내 1위 기업인 포스코에 기후리더십을 촉구하는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기후대응을 바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했고, 2023년 3월에는 졸속 진행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항의 시위를 벌여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외치는 청년들의 확성기이자 사랑방을 만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김민 대표를 뉴스트리가 직접 만나봤다.
◇ "자유롭게 의견 나누는 커뮤니티죠"
빅웨이브의 첫 시작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는 청년 5명의 모임이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지 채 한달이 안된 시점에 한 자리에 모인 청년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청년의 역할'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환경과 관련된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졸업을 앞둔 김민 대표가 빅웨이브에 합류한 것은 모임이 생긴지 얼마 안됐을 때였다.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길 원했던 김 대표는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과 만날 수 있는 빅웨이브 활동에 푹 빠졌다. 김 대표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조직이 성장했다"며 "우리가 '커뮤니티'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된 빅웨이브는 점차 규모가 커져 2023년 사단법인이 됐다.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 기업 후원 등으로 운영된다. 후원중인 기업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파타고니아와 러시 등 해외기업으로부터 주로 후원을 받았다"며 "독립성을 위해 국내 기업의 후원은 제한적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빅웨이브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후관련 정보와 소식을 공유하면서 간접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네트워크 멤버'와 오프라인 모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거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은 '활동멤버'로 구성된다. 네트워크 멤버는 회비가 없지만, 활동 멤버는 6개월에 3만원의 회비를 내야 한다. 이렇게 회원을 구분한 이유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청년들은 각자의 상황과 준비 정도 등에 따라 기후대응 활동에 참여 정도가 다르다"며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부담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구분을 지어 빅웨이브 가입의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평소에 여유가 없어 네트워크 멤버로만 활동하다가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기후대응 활동이 생기면 얼마든지 활동 멤버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빅웨이브는 김 대표를 포함해 상근자 5명과 활동 멤버 113명, 네트워크 멤버 528명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런 특별한 구조 덕분에 일반적인 환경단체가 '환경보전'이라는 큰 목표 아래 운영되고 활동 방향성이 정해지는 반면, 빅웨이브는 회원중 누구나 주체가 되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다.
김민 대표는 "빅웨이브 규모가 커졌어도 여전히 커뮤니티 정신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개개인의 필요성과 자발성이 우리의 기본 동력이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더 많은 청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멤버십 구조를 조정하고 있으며, 단기적인 목표는 활동 멤버 1000명을 채우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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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 기후위기 대응주체"
청년층이 중심인 만큼 기후대응 활동도 여타 환경단체와 사뭇 다르다. 빅웨이브의 주요 활동 중 하나였던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 진행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이어졌다. 모임이 시작된지 1년이 지나면서 '이런 얘기를 우리끼리만 하긴 아깝다'는 생각으로 당시 유행하던 팟캐스트를 진행한 것이 첫번째 활동이었다.
이밖에도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실제로 설치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연구자와 지역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에너지 내일로', 로컬푸드, 대체육, 채식 등을 연구하고, 세미나와 토크 콘서트를 열며 실천 방안을 모색해보는 '지속가능한 식습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특히 지난 2023년 3월에는 국내 탄소배출량 1위 기업인 포스코를 상대로 주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주주기후행동'을 벌여 큰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청년층에서 유행하는 플랫폼이나 콘텐츠를 참고한 프로젝트가 많다"며 "2030세대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 조금씩 규모를 키워 프로젝트로 확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작년에는 에너지 내일로 프로젝트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지방 상영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 대표는 빅웨이브의 활동이 기후위기 대응임과 동시에 청년들을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다가온 미래는 결국 우리 청년들이 책임지게 된다"며 "정부나 기업에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스스로도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기후리더가 나타날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정책 수립이나 중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청년의 존재감을 높이고, 열정과 체력을 갖춘 청년들이 더 많이, 더 빨리 기후대응의 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김 대표가 그리는 비전이다.
김 대표는 "사회에서는 아직 청년을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기후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전문성을 갖춘 청년들도 많다"며 "이들이 자신의 열정을 표현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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