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가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시민권 판매'에 나섰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나우루는 지난해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공개한 '나우루 경제 및 기후 회복력 시민권' 프로그램을 현재 운영중이라고 26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나우루의 '기후 적응'을 위해 1억5000만원을 기부한 이들에게 시민권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나우루 정부는 "기부자들은 영국, 아일랜드, 아랍에미리트, 홍콩 등 89개 국가에서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고, 제한 없는 이중국적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가족에게도 시민권을 확대 적용하는 등 여러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홍보했다.
나우루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동쪽에 위치한 21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작은 섬으로, 인구는 1만3000명 정도인 전세계에서 세번째로 작은 국가다. 19세기 말 독일의 식민지가 됐고, 2차대전 땐 일제에 점령됐다가 1968년 독립했다.
섬 표면이 철새들의 배설물 '인광석'이라는 희귀자원으로 덮여 있어서 석유 못지 않은 큰 돈을 번 덕분에 1980년대 이전까지 전세계에서 국내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나라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인광석이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고갈됐다. 이로 인해 한때 가장 부유했던 나라는 순식간에 빈국으로 떨어졌고, 수십 년 간 이어진 채굴로 인해 섬의 80%는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황무지로 변했다. 그런데 이에 더해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 해빙이 녹는 등 해수면 상승이 발생하면서 섬 자체가 가라앉을 위기에 놓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 데이터에 따르면 나우루에서 기준치보다 0.5m 이상 높았던 홍수는 1975~1984년 10년 간 8일 발생했는데, 2012~2021년 동안에는 146일이나 발생했다. 이에 나우루 정부는 저지대 주민 1만여명을 고지대로 이주시키고 새로운 마을·농장·직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같은 사업을 진행하려면 약 934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나우루 정부는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민권 판매'라는 호구지책을 진행하는 것이다. 다만 시민권 판매만으로는 여전히 전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다른 공공·민간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다른 여러 태평양 국가들도 나우루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호주의 로위연구소는 바누아투, 사모아, 통가 등 60개 이상의 태평양 국가들이 어떤 형태로든 투자 계획을 위한 이민·시민권·여권 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앞서 카리브해의 섬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지난 2017년 허리케인 피해 복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권 판매'를 시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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