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마음놓고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수출용 자동차에 부과된 25% 관세 여파가 올 2분기부터 반영되면서 이후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44조4078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매출 원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p) 오른 79.8%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로 영업이익도 3조 6336억원으로 같은 기간 2.1% 늘었다.
현대차의 1분기 호실적 배경에는 미국 수요 증가가 있었다. 현대차는 올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0만1120대의 차량을 팔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0.6% 줄었지만, 미국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증가한 24만2729대를 기록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차에 부과한 관세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에 앞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3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로 가격이 인상되기전에 자동차를 구매한 효과가 1분기 실적으로 반영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전기차(EV) 판매 확대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이 38.4% 증가해 21만2426대를 기록했다. 특히 고수익 차종인 하이브리드는 지난해 동기 대비 40% 가량 증가한 13만7075대가 판매됐다.
또 원화 약세도 실적 상승에 힘을 보탰다. 올 1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5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높아진 덕분에 현대차는 601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얻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2025년 1분기 매출액은 매크로(거시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글로벌 판매 대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판매량 증가와 역대 최대 수준의 하이브리드 판매 등을 바탕으로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한 2분기 실적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에 수출한 차량은 약 101만대로 미국 전체 판매량의 57%에 달했다. 그만큼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리스크 영향을 줄이기 위해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있는 생산공장의 총생산 규모를 120만대까지 끌어올리는 등 해외 생산 거점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또 오는 6월 2일까지 현대차 모델 라인업의 평균판매가를 동결해 현지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나갈 예정이다.
그러나 관세 영향 우려로 미국 시장에서 가수요가 발생해 1분기 호실적을 봤던 만큼, 2분기 수요 감소로 인한 실적 하락이 예상된다.
현대차 재경본부장 이승조 부사장은 24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달 말까지 완성차를 최대한 선적해 3.1개월 수준의 미국 내 재고를 비축했고, 자동차 부품 재고는 더 많이 확보했다"며 "해당 재고로 관세 영향을 일정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코로나19 유행,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불구하고 개선한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수익성 극대화, 체질 개선을 달성한 전례를 갖고 있다"며 "관세 영향도 면밀한 시장 모니터링, 경영환경 분석 등을 통해 손익을 만회하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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