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해 보상은 왜 제한?...손보사 車보험약관 공정위 '심판대'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4-29 11:00:03
  • -
  • +
  • 인쇄

기후위기로 올여름도 무더위와 수해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피해는 보상하지 않는 보험약관의 불공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사들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석탄발전 등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에 투자하고 보험을 제공하면서 정작 피해를 받는 이들에 대한 보험 책임은 다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다. 

29일 소비자시민모임은 기후솔루션과 협력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5대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자동차보험 약관에 대한 불공정약관 심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청구했다. 청구 대상은 이들 보험사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개인용 자동차보험 약관 중 지진·홍수·태풍·해일 등으로 인한 피해를 '천재지변'으로 분류해 보상을 제한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자연재해를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으로 간주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이러한 관점은 더 이상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많다. 폭우, 산불, 홍수와 같은 재난은 대부분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발생 위험이 현저히 높아졌고, 이제는 드물게 일어나는 예외적 사고가 아니라 더 자주, 더 강하게 반복되어 '기후위기의 일상화'마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구 단체는 보험회사가 기후위기의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원인 제공자에 가깝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험사들은 석탄·석유 등 온실가스 배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산업들이 설비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각종 위험을 줄일 수 있게끔 보험을 제공하는 한편, 운용 자산 중 상당부분을 주식·채권 등의 형태로 해당 산업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10대 손해보험사의 2020~2023년 기준 '보험 배출량'(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기여한 배출량)은 연평균 약 40만톤에 달한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소에 제공한 보험만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로, 석탄발전 외 산업을 포함한 전체 보험배출량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보험사가 온실가스 고배출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발생하는 '금융 배출량'의 경우 연간 약 2600만톤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며, 이는 대한민국 전체 배출량의 약 4%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렇듯 보험사가 기후재난의 구조적 원인을 제공하고도 되레 보상책임을 회피한 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부당하다는 것이 청구인 단체의 지적이다.

청구인을 대리한 이영주 변호사는 "천재지변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영역이라는 전제 아래, 보험사의 예측 가능성과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면책 약관이 사회적으로 승인되어 왔다"면서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에 일부 책임이 있는 보험사를 위해, 소비자들이 모든 손해를 떠안는 구조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청구 취지를 설명했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보험사의 행위는 스스로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수록 전반적인 보험금 지급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보험사의 재정에 직접적인 압박이 된다는 요지다. 실제로 2022년 여름, 수도권에 쏟아진 국지성 폭우로 인해 5000대에 달하는 차량이 침수됐고,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에 접수된 피해만으로도 추정 손해액이 약 56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후솔루션의 고동현 기후금융팀장은 "보험산업은 기후위기를 촉발하면서 동시에 그로 인한 손실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며 "이를 벗어나려면 석탄발전에 대한 운영보험 중단을 시작으로,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 인수를 빠르게 줄여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윤명 사무총장 역시 "기후위기 가속화에 기여한 보험사들이 기후위기로 인한 자동차 피해를 천재지변으로 돌리고 있다"며 "석탄발전 등에 투자하는 보험사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보험료 인상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현행 구조는 매우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남양유업, 포장재 전환 '속도'…42종 ‘지속가능성 A등급’ 달성

남양유업이 주요 제품 포장재 42종에 대해 '지속가능성 A등급' 인증을 받았다.남양유업은 사단법인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대표 제품

"한달짜리 계약에 CCTV로 감시까지"...런베뮤 산재 '63건'

직원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이 오픈 이래 63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근로계약을 매달 작성하고, CCT

현대백화점그룹, 48명 임원인사..."변화보다 안정성에 방점"

현대백화점그룹이 30일 사장 1명, 부사장 2명을 포함해 승진 27명, 전보 21명 등 총 48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2026년 1월 1일부로 단행했다. 인사 폭은

SK AX, 김완종 CCO 사장으로 승진..."AX 이끌 적임자"

SK㈜ AX는 김완종 최고고객책임자(CCO)를 신임 사장으로 승진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국내 산업 전반에서 AX(AI Transformation) 확산이 본격화되고 기업들의

SKT 사령탑 교체...신임 CEO에 정재헌 사장 선임

SK텔레콤은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30일 발표했다.정재헌 신임CEO는 법조인 출신으로 2020년 법무그룹장으로 SKT에 합류했다. 2021

기후/환경

+

호주 봄날씨 실화냐?...한낮 기온이 46℃ '지글지글'

호주 북부지역이 봄철인 10월에 40℃를 웃도는 폭염을 겪고 있다.호주 기상청(BoM)은 북부 지역인 퀸즐랜드주와 노던 준주의 일부 지역이 올해 가장 더운

폭염에도 실내온도 6℃ '뚝'…호주에서 옥상용 냉각코팅제 개발

폭염에 실내온도를 낮을 수 있는 옥상 코팅기술이 새로 개발됐다.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진은 폭염시 실내온도를 최대 6℃까지 낮출 수 있는 옥상용

[주말날씨] 단풍 보러갈 수 있을까...'가을비' 내린 후 쌀쌀

11월 첫 주말은 단풍이 물들며 완연한 가을날씨지만, 곳곳에 비가 내린 후 다시 초겨울 날씨가 오겠다.1일은 전국이 오전까지 대체로 흐리다가 오후부

“기후위기 시대, 아이 낳기 두렵다”…출산 기피하는 美 Z세대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국 젊은 세대의 출산 결정까지 흔들고 있다.피유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미시간대 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

1분마다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온난화로 年54.6만명 목숨잃어

지구온난화로 전세계 인구 가운데 1분에 1명씩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난화에 따른 영향으로 90년대에 비해 23% 증가한 54만6000명의 전

섬나라 쑥대밭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4일만에 괴물로 변한 이유

카리브해 섬나라들을 쑥대밭으로 만든 허리케인 '멀리사'(Melisa)가 짧은 시간에 역대급 초강력 폭풍우로 발달한 것은 '해양온난화'가 원인으로 꼽혔다.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