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유사장기'로 미래 팬데믹 막는다"…IBS, 감염병 생체모델 구축

송상민 기자 / 기사승인 : 2025-05-16 03:00:02
  • -
  • +
  • 인쇄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문둥이박쥐 소장 오가노이드의 타임랩스 영상 캡쳐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연구진이 신·변종 바이러스와 팬데믹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실험모델을 구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과 유전체 교정 연구단 구본경 단장이 이끄는 공동연구진은 한국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유래한 오가노이드(유사장기)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 감염 연구모델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오가노이드는 실험실 환경에서 성체 혹은 배아 줄기세포를 분화시켜 장기 형태를 재현한 장기유사체다. 이번 연구는 감염병 기초 연구기관인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와 유전체 기반 오가노이드 기술을 선도하는 유전체 교정 연구단 간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은 한국 및 동북아, 유럽 지역에 서식하는 애기박쥐과와 관박쥐과 등 박쥐 5종으로부터 기도, 폐, 신장, 소장 등 다기관 오가노이드를 구축하고 박쥐 유래 고위험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연구 기반을 마련했다.

박쥐는 사스코로나-2, 메르스, 에볼라 등 고위험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존 생체모델은 대부분 일반 세포주거나 제한된 종의 단일 장기 오가노이드에 그쳐, 다양한 박쥐 종과 장기 특성을 반영한 모델은 거의 없었다.

연구진은 개발된 박쥐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박쥐 유래 인수공통바이러스의 감염 양상과 증식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각 바이러스가 특정 박쥐 종과 장기에서만 감염되거나 증식하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한타바이러스가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에서 효과적으로 증식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박쥐 신장 오가노이드가 한타바이러스 특성 분석에 적합한 새로운 감염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박쥐 종, 감염된 장기,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선천성 면역 반응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는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해 유연한 방어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연구를 주도한 김현준 IBS 선임연구원은 "이번 플랫폼을 통해 세포주 모델에서 어려웠던 바이러스 분리, 감염 분석, 약물 반응 평가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자연 숙주 환경을 실험실에 구현함으로써 감염병 대응 연구의 정밀성과 실효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본경 단장도 "바이러스에 대한 박쥐 조직의 감염 반응을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이는 인수공통감염병 병리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5월 16일자에 게재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잔반 없으면 탄소포인트 지급"...현대그린푸드, 단체급식에 '잔반제로' 보상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가 '탄소중립포인트' 제도에 신설된 '잔반제로' 항목을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실제 단체급식 사업장에

"노사 칸막이 없는 문화"…LG CNS '노사문화 우수기업'에 선정

AX전문기업 LG CNS가 상호 존중과 대화, 협력을 바탕으로 한 모범적 노사문화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2025년 노사문화 우수기

KB국민은행, 금융취약계층 위한 '도움드림창구' 운영한다

KB국민은행이 금융취약계층을 위해 '도움드림창구'를 새롭게 운영한다.KB국민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은 물론 7세 이하 자녀를 동반한 보호자

기아, 오토랜드화성 사업장에 PPA 재생에너지 첫 도입

기아가 국내 사업장 중 처음으로 오토랜드화성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재생에너지 전력은 지난 2월 한국남동발전과 체결한

기후/환경

+

산불 휩쓴 산청...600㎜ 넘는 물폭탄에 곳곳 산사태

올봄 산불로 큰 피해를 입었던 경남 산청군에 이번에 6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산불로 회복되지 못한 산림이 폭우에 깎여 곳곳에 산사태가 발

농경지 1만3000ha 침수 피해…'극한호우'에 밥상물가도 '비상'

한달치 비가 하루에 쏟아지는 '극한호우'로 전국의 농경지 1만3000헥타르(ha)가 침수되면서 농산물 가격폭등이 예상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브라질 의회 '환경허가 완화법' 의결..."환경규제 사실상 붕괴"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브라질에서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환경허가 완화법'이 의회를 통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법

경기도민 절반 '장마철 피해대처 방법' 모른다...소득별 정보격차 커

경기도민의 절반은 장마철 피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또 저소득층의 재해대응 인지도는 고소득층보다 25.

美 재생에너지 심사는 '깐깐하게' 석탄재 정화규제는 '느슨하게'

미국 정부가 풍력·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는 강화하면서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유독성 석탄재의 정화 시한은 늦추기로 하는 등 재

역대급 '극한호우'...왜 충청과 남부에 비구름대 몰리나?

지난 16일부터 충청권과 남부지역을 강타하고 인명피해까지 낸 폭우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로 심화된 '대기의 강'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18일 기상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