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에 46조 투자한 유럽 ESG펀드들...규제 앞두고 '이름지우기' 분주

장다해 기자 / 기사승인 : 2025-05-19 18:13:51
  • -
  • +
  • 인쇄

유럽 투자회사들이 'ESG펀드'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규모가 330억달러(약 46조1200억원)가 넘는다는 폭로가 나왔다. '무늬만 EGS펀드'는 이달부터 유럽 금융당국의 제재대상이 되기 때문에 해당 투자사들은 펀드명칭에서 '지속가능성'과 'ESG'를 삭제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JP모건, 블랙록, 독일의 DWS 등의 투자사들이 'ESG펀드'라는 이름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막대한 석유 및 가스 기업 37곳에 330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이들이 투자한 'ESG펀드'는 유럽의 '지속가능금융 공시제도(SFDR)'에 따른 것이다. 

특히 토탈에너지, 셸, 엑손모빌, 셰브론, BP 등 지난 30년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5대 탄소배출 기업에 180억달러(약 25조1600억) 이상을 투자했다. SFDR에 따르면 ESG펀드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투자사는 JP모건이고, 블랙록과 독일의 DWS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각각 32조달러(약 4조4000억), 17억달러(약 2조4000억), 22억달러(약 3조원)씩 투자했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의 조르지아 란자토 지속가능금융 매니저는 "석유회사는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지 않으므로 ESG펀드가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사실상 그린워싱"이라며 "SFDR의 실질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비영리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폴 슈라이버는 "모든 ESG펀드에서 화석연료 기업 투자를 금지해야 하지만 유럽의 SFDR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SFDR 8조는 '환경적 또는 사회적 특성의 증진'을 목표로 금융투자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9조는 '지속가능한 투자 촉진'에 대한 규제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조항들은 강제성과 구체성이 없다. 따라서 ESG펀드들이 지속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투자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사들이 화석연료에 줄기차게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그린딜 정책에 따라 조성된 '유럽 기후 경로 펀드'와 ESG 펀드인 '로베코 지속가능 글로벌 스타'도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걸앤제너럴 투자 매니지먼트(LGIM)의 '유럽 기후 경로 펀드'는 셸, BP, 토탈에너지에 8800만달러(약 1230억원)를 투자했다. '로베코 지속가능 글로벌 스타펀드'는 토탈에너지에 4000만달러(약 560억원)를 투자했다. 자산운용사 로베코 관계자는 "자사의 지속가능 글로벌 스타펀드에서 '지속가능'이라는 단어를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그린워싱'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8월 펀드 명칭에 '지속가능성'이나 'ESG' 용어를 남발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 규제는 펀드명칭에 'ESG' 또는 '지속가능성' 관련 용어를 사용하려면 투자의 최소 80%가 환경, 사회적 특성 또는 지속가능한 투자 목표를 충족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금융당국은 오는 5월 21일부터 제재할 수 있다. 이에 블랙록과 JP모건은 일부 펀드명에서 '지속가능성' 또는 'ESG' 명칭을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부터 ESG펀드 공시기준을 도입했지만 아직 명확한 규제가 없어, 최근 신한자산운용 ESG펀드가 포스코, 한국서부발전 등 화석연료 기업에 약 21억5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우리은행 'K-택소노미 AI' 도입으로 녹색금융 지원 강화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심사에 활용하는 'K-택소노미 전문상담 AI'를 도입했다고 25일 밝혔다. 'K-택소노미'는 지난 202

金총리 "태양광·풍력 대폭 확대…RE100 전용 산업단지 조성할 것"

김민석 국무총리가 탄녹위 주최 콘퍼런스에 참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차원의 에너지 대전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22

상가 셔터가 작품으로 변신...KCC, 5명 작가와 을지로에 '셔터아트'

최근 젊고 힙(Hip)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힙지로'로 불리우는 을지로가 KCC의 컬러로 물들고 있다. KCC는 '셔터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을지로 일

신한은행, 한국형 녹색채권 1000억원 발행..."녹색수송 사업에 투입"

신한은행은 22일 환경부가 주관하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에 참여해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했다.한국형 녹색채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하려면 '농민·농업' 중심 정책 일관돼야"

영농형 태양광을 활성화하려면 농민과 농업을 중심으로 일관되게 단계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이 나왔다.최근 정부는 농촌 인구소멸과 에너지

포스코이앤씨 감전사고 外근로자 8일만에 깨어나..."음식물도 섭취"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연장 공사현장에서 감전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졌던 30대 미얀마인 근로자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이다.21일 연합뉴스에 따르

기후/환경

+

폭염에 산불까지...美서부 축구장 1만5400개 '잿더미'

불볕더위가 극심하던 미국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에서 발생하던 산불이 몇 일째 번지면서 축구장 1만5400개 면적에 달하는 1만1000헥타르(ha)가 잿더미로

"생수·햇반·컵라면으로 살아요"...강릉 시민들, 물 부족에 아우성

서쪽지역은 최대 100mm의 폭우가 예보돼 있지만 강원도 강릉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 사태가 극에 달했다.지난 20일부터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제한

경기도, 퇴근길 폭우 대비 오후 6시 '비상1단계' 발령

퇴근길 폭우가 예상됨에 따라, 경기도가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비상1단계'를 발령한다.경기도는 25일부터 26일 오전까지 경기 북부와 남동부 지역을 중

알프스는 녹고 해변은 사라지고...관광산업 종말 오나?

기후변화로 폭염과 산불 등이 빈번해지면서 80년 후 관광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지속가능한 교통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자인 스테

[날씨] 내일까지 중서부 '세찬 비'...가뭄 겪는 강릉은 '찔끔'

25일 인천과 서해안 지역에서 시작된 비는 중부지방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26일까지 이어지겠다. 서쪽과 중부지역은 매우 강하게 비가 내리겠지만 현재

3V 저전력으로 CO2 95% 포집 기술 '세계 최초' 개발

3볼트(V) 스마트폰 충전전압 수준의 저전력으로 95% 이상 고순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AIST)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