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도 서양인처럼 퇴행성 질환으로 망막 중심부에 황반이 생기는 '황반변성'에 의해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황반변성은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더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병의 조기진단과 고위험군 관리체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한국인 황반변성 환자 241명을 5년 넘게 지켜본 결과, 약 7%가 시력을 크게 잃을 수 있는 심각한 망막손상 단계까지 병이 진행됐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한국인 황반변성 환자도 시력을 잃을 수 있는 말기 단계인 '망막위축'이 서양인과 유사한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첫 연구다. 조기진단과 고위험군 관리체계 없이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망막 손상은 눈의 중심부에 있는 시세포와 조직들이 한꺼번에 망가지면서 시야 중앙이 뿌옇게 보이거나, 아예 안보이게 되는 질환이다. 병의 진행 속도는 1년에 평균 2.0제곱밀리미터 정도였고, 처음 발견됐을 때 병변이 크거나 중심에서 떨어진 위치에 있을수록 더 빨리 악화됐다.
또 병이 빨리 진행되는 사람들에겐 특정 영상 검사에서 특징적인 패턴이 보였다. 예를 들어, 눈 안을 찍는 자가형광 영상에서 '띠 모양'이나 '번진 모양'이 보이면 조직 손상이 더 빠르게 나타났다. 병변이 눈 중심 쪽으로 퍼지는 경우는 특히 시력 저하가 더 심했다.
양쪽 눈에 동시에 문제가 생겼거나, 황반 주변에 노폐물(드루젠)이나 특이한 침착물(망상 위드루젠)이 같이 보인 사람들도 위험이 높았다. 이런 사람들은 병이 이미 많이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연구진은 영상 촬영을 포함한 정밀 검진을 미리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황반변성 치료제 임상시험은 백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아시아인은 진행이 느리다"는 전제로 임상 설계와 치료 기준이 마련됐는데 이번 연구결과는 그간의 기준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한국인도 병변의 위치, 크기, 영상 특성에 따라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인종이 아닌 병변 특성을 중심으로 진단과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말기 단계에 도달한 뒤에는 치료 수단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조기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반변성은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시야 중앙이 흐려지거나, 직선이 휘어보이고, 밝은 곳에서도 어두운 얼룩이 보이는 증상으로 시작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르게 안과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안과학술지 'Canadian Journal of Ophthalmology' 7월 8일 온라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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