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주목받는 '지수형 보험'…해외는 이미 도입했는데 우리는?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8-27 11: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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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폭우로 침수된 농경지(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로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면서 산불과 극한호우, 폭염 등 측정이 어려운 재난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보상할 수 있는 '지수형 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농가를 대상으로 지수형보험이 이미 출시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한정된 영역에서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지수형보험 대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사전에 설정된 특정지표(지수)가 충족되면 손해사정이나 심사절차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피해규모 산정, 손실 입증 등 개별 언더라이팅 절차가 생략돼 신속한 보험금 지급이 가능하다.

27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148억달러(약 20조6800억원)였던 글로벌 지수형 보험 시장규모는 2032년에 이르면 393억달러로 연평균 11.5% 성장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지수형 보험 가운데 자연재해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이 전체 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지수형 보험 시장에서 북미지역은 35%의 점유율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수형 보험'은 무엇보다 신속한 보상이 장점이다. 현재 손실보험 체계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한 피해를 신속하게 제대로 보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수형 보험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전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800억달러(약 391조원)로 집계됐지만 이 가운데 보험으로 보장된 비율은 고작 38%에 불과했다.

보험연구원 권순일 연구위원은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기후변화와 손실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제 보험금 지급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지수형 보험은 일당으로 살아가는 경제취약계층이나 당장 피해 상황을 복구해야 하는 농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해 사정 감사, 고객과의 분쟁 등 불필요한 과정을 덜어낼 수 있어 보다 경제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손해보험사들은 이미 농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수형 기후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들이다.

일본의 손보재팬, 동경해상, 미쓰이 스미토모사 등은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농민을 대상으로 날씨 지수형 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태국 기상청으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강수량이 일정 수치 미만이면 농가의 가뭄피해를 보상한다. 누적 강수량에 따라 보험금을 3단계로 차액 지급하는 상품도 있다. 일본의 한 보험회사는 필리핀 다나오섬의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태풍 가드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기상청 데이터를 기반으로 태풍의 중심이 대상 지역을 통과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

미국 농무부 산하에 있는 위험관리청은 강수량 기반 지수보험을 48개 주에 판매하고 있다. 가입대상은 목초지, 방목지를 운영하는 모든 작물 생산자들이다. 이들이 보장받을 작물, 경작지 위치, 작물 가격에 기반한 생산지수, 보장수준, 보장 기간을 세부 구간으로 나눠 보장 비중을 설정하고 강수량이 특정 수준 미만으로 떨어지면 보험금을 지급한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인공위성을 통해 토양 수분 함량을 측정해 일정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가뭄 피해를 보상하는 지수형 보험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 일본 주민을 대상으로 규모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소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소액단기보험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 뭔헨리와 윌리스타워왓슨은 최근 중국과 인도 재생에너지 업체로부터 일조량과 풍량을 기준으로 삼는 지수형 보험 상품을 요청받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세계적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는 좀처럼 기후·재난에 대한 지수형 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국내 판매중인 지수형 보험은 삼성화재, 캐롯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출시한 '출국 항공기 지연·결항 보상 특약'이 전부다. 환경부는 2026년 도입을 목표로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가 폭염특보로 인해 야외작업을 중지해야 할 경우에 빚어지는 소득상실 금액을 보상하는 지수형 기후보험을 개발하는 정도다.

이처럼 국내 손보사들이 지수형 기후보험을 기피하는 이유는 피해기준이 모호하고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지역별로 기후재난에 의한 피해 편차가 크고, 지형이나 인프라 조건에 따라 피해 양상이 달라져 일관성있는 보상기준을 마련하기 힘든 한계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의 통화에서 "기후위험 대응을 위해 지수형 보험 상품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국내는 기후위험으로 인한 손실을 정량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체계가 부족해 구체적인 지수를 정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같은 지역이라도 지형과 주요 산업에 따라 피해 수준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피해 유무와 상관없이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어 실손 보상 원칙에 위배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채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선임전문위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적합한 보험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보험사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기후피해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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