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기능 잃은 공매도 제도 개선 요구 봇물
지난 3일 국내 증시에서 제한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된 후 2거래일(3일, 4일)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총 2조원 정도의 공매도 물량이 나왔다. 이는 두 시장 전체 거래대금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코스피는 3일 8299억원, 4일 7159억원으로 1조5458억원이, 코스닥에는 3일 2795억원, 4일 1761억원으로 4556억원의 공매도가 이뤄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거래일 동안 공매도가 몰린 종목은 전통적인 공매도 타깃 종목인 셀트리온과 씨젠 등 바이오주, 카카오와 같은 성장주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삼성카드, 오뚜기, 파라다이스 등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업종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업종이나 종목군이 아닌 무차별 폭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매도 상위 종목들에 대한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등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이 공매도의 순기능으로 내세운 지나친 고평가에 따른 리스크 완화와는 크게 관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바이오업종의 대표주자인 셀트리온은 공매도와 악연이 깊은 종목이다. 이번에도 재개되자마자 3일 711억원, 4일 641억원 등 거래대금 1위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논리대로라면 셀트리온에 공매도가 몰리는 것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거나, 아니면 주식 유동성이 부족해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주식이어야 한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일 거래대금이 4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거래가 잘 이뤄지는 주식이다. 게다가 고평가 여부 역시 증권사들은 오히려 저평가 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의 셀트리온에 대한 평균 목표주가는 37만원대인 것에 비해 현재 주가는 26만원에 불과하다. 이것만 놓고 보면 셀트리온에 대한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순기능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종목들 역시 비슷하다. 3일과 4일 모두 코스피 공매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LG디스플레이의 경우 현재 주가는 2만3950원이다. 반면 목표주가 평균은 3만3000원대로 1만원 정도 저평가돼 있다.
이틀 연속 공매도 거래대금이 전체 거래대금의 절반을 넘은 삼성카드와 역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이 높은 오뚜기와 현대해상도 마찬가지다. 삼성카드의 주가는 3만3000원인데 목표주가는 4만4000원대다. 오뚜기의 주가는 53만6000원으로 목표주가 평균인 66만7000원보다 13만원 정도 싸다. 현대해상은 목표주가인 3만1000원대보다 8000원 정도 낮은 2만3300원을 기록중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이틀 연속 공매도 거래대금 1위를 기록한 씨젠은 목표주가와 현재가의 괴리가 더 크다. 증권사들의 평균 목표주가는 16만원인데 비해 현재 주가는 이 가격의 절반 정도인 8만3400원이다. 역시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종목인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케이엠더블유 역시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에 비해 현재 주가가 싸다.
그나마 카카오 정도가 증권사 목표주가에 근접한 상태다. 하지만 카카오의 경우 매 분기마다 어닝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며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러다 보니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수많은 '공매도 개선' 또는 '폐지' 등의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나 주식관련 게시판에는 '대체 뭐가 공매도의 순기능'이라는 식의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현황만 봐도 금융위원회에서 말하는 순기능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금융당국만 이에 대해 눈을 감고 있는 것 같다"며 "코스피지수가 3000이 넘자 동학개미들 덕분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제도를 고치고 재개해 다시 개미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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