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을버스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적자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마을버스업계는 "요금을 인상하거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버스에 현수막까지 내걸고 있다. 코로나19로 승객수가 급감하면서 적자가 커져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6월부터 운행중단하겠다고 선포한 상태다.
실제로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마을버스 승객은 2019년보다 약 27%(1억1500만명) 줄었다. 승객이 가장 많이 줄어든 노선은 '노원 13번'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57.7%(48만1246명)나 감소했다. 이로 인해 마을버스 수입은 전년대비 26.5%(635억원) 쪼그라들었다. 전체 마을버스 노선 249개 가운데 70%에 달하는 175개 노선이 적자때문에 차량운행 횟수를 평균 17%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요금인상'이 적자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12일 이영수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뉴스트리와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승객수가 감소하면서 지원 확대와 요금인상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이보다 앞서 운영체제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마을버스 운영체제를 개편하지 않으면 적자구조를 탈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마을버스의 적자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요금을 인상한 이후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해마다 수백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코로나19로 마을버스 승객수가 급감했던 지난해는 무려 350억원을 지원했다. 당초 서울시가 편성한 마을버스 지원예산은 240억원이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이 지원금은 6월에 모두 소진했다. 이에 서울시는 추가로 110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서울시가 편성해놓은 마을버스 지원금은 230억원이지만,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이 지원금도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가 터지기 이전에도 마을버스는 만성적자였다. 재정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서울시 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영수 운영위원은 "마을버스는 민간이 운영하는 민영제"라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공공서비스를 하는 대중교통이기 때문에 돈을 벌기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마을버스가 대중교통 환승시스템으로 편입된 것은 2004년부터다. 버스와 지하철과 함께 마을버스도 대중교통으로 묶이면서 환승할인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환승할인으로 발생하는 마을버스의 적자를 메워주기 위해 지원금을 주고 있다. 마을버스만 탑승하면 1인당 요금은 900원(현금은 1000원)이다. 그러나 시내버스로 환승하면 1인당 요금은 514원, 지하철·시내버스를 모두 이용할 경우 요금은 336원으로 줄어든다. 이 적자를 서울시가 메워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을버스 회사들은 적자가 나더라도 마을버스 노선을 감축하거나 운영시스템을 바꾸지 않고 있다. 2011년 서울시내 마을버스 노선은 210개였지만 2019년 248개로 오히려 늘어났다.
노선이 줄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선권' 때문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마을버스 회사는 한번 노선을 뚫으면 독점적으로 해당 노선을 운영할 권리를 갖는다. 노선권은 사고팔 수도 있고 상속도 가능한 사유재산이다. 노선권을 포기하자니 아깝다. 그러니 마을버스 회사들은 서울시 지원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영수 운영위원은 "마을버스를 민영에서 공영제로 바꿔야 구조적인 적자가 해결될 것"이라며 "서울교통공사가 적자가 나는 노선권을 인수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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