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보다 기업이 미치는 실질적 영향 살펴야
기업들의 '그린워싱'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채권형펀드 투자액이 540억달러(약 61조원)를 넘어섰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2020년 한해 ESG 채권형펀드 매출액은 680억달러(약 77조원)에 달했으며 2021년 1월~5월까지 5개월간 540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세계 상장지수펀드와 개방형펀드를 조사한 결과다.
2020년 한해 전체 채권형펀드 운용자산이 전년대비 12% 증가한 데 비해 ESG 펀드 운용자산은 66% 뛰었다. 기존 ESG 펀드 수요가 유럽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지난해 59억2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를 기록한 미국 매출은 2021년들어 이미 47억5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를 넘어서고 있다. ESG 펀드 순자산 규모가 6조3000억원인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들어 1조9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ESG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그린워싱'을 경계했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과장된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워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몇몇 ESG 채권형펀드가 보이는 것만큼 지속 가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국제적으로 ESG 평가항목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도 한몫을 한다.
하지만 지나친 걱정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아틀리에캐피탈파트너스 공동창립자 크리스 가드너는 "가치사슬 전부를 바꿔나가는 일은 커다란 도전이기 때문에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고, 기업들의 주장에 대해 그린워싱으로 매도하기보다 유리한 해석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한 의류회사가 친환경 소재 제품을 선보이며 100% 친환경 전환을 이뤘다고 주장해도 물류와 유통과정까지 신경쓰지 않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경우 기업이 유통망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범위에 따라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 그린워싱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드너는 다만 ESG 평가기준에 대해 합의점에 도달할 때까지 기업들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정기 ESG 보고서를 발간하고, 기업의 ESG 경영 실천과정을 감독하는 제3자를 둘 것을 제안했다.
자산관리사 그레셤 하우스의 대표이사 레베카 크레독 테일러는 "투자가 지속 가능한지를 따지는 것은 2분법적으로 단정지어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ESG 지표가 환경적·사회적 도전들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크래독 테일러는 "ESG를 정량적으로 수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기업의 ESG 정책이 추후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이 나무가 아닌 숲을 볼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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