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때문에 기후변화가 더 심화될 수도
북미와 유럽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연일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지역에서 시작된 폭염은 여름에 선선한 기온을 유지하던 서부 워싱턴과 오리건주까지 확대됐고, 캐나라 브리티시컬럼비아주까지 번진 상태다. 유럽대륙도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속출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는 이날 43.3도까지 치솟았다. 80여년만의 일이다. 오리건주 세일럼도 44.4도까지 올랐다. 워싱턴주 시애틀은 26일(현지시간) 38.9도까지 올랐고, 미국과 국경을 접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턴은 46.1도까지 기록했다. 캐나다 환경부는 스키 휴양지로 유명한 휘슬러 등 주요 도시 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자 브리티시컬럼비아를 비롯해 앨버타, 서스캐처원 등 중서부 주까지 더위 경보를 발령했다.
유럽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럽 일부지역은 낮 기온이 섭씨 38도에 치달을 정도로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북극권의 낮기온은 섭씨 32도에 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20일까지 나흘 연속으로 낮 최고기온이 섭씨 35도 이상 올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밤 최저기온이 섭씨 20도 이상인 열대야가 지속됐다. 러시아 북극권에서도 지난 주말 최고기온이 30도를 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핀란드 헬싱키도 지난 21일 섭씨 31.7도로 1952년 작성된 6월 최고기온을 갈아치웠다. 남유럽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서는 지난 21일 수은주가 무려 섭씨 43.7도까지 상승했다.
이번 폭염은 미국 서부에 자리잡은 열돔(Heat Dome)이 북부와 캐나다까지 뻗어나가면서 발생했다. 열돔은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반구형 지붕처럼 뜨거운 공기를 대지에 가두는 현상을 말한다. 상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열돔이 북쪽으로 밀고 올라간 것이다. 열돔이 형성되면 햇빛 차단막 역할을 하는 구름까지 사라져 지면을 더욱 뜨겁게 달구게 된다.
미 기상청 샌디에이고 사무소의 기상학자 앨릭스 타디 박사는 "열돔의 강도와 크기 모두 이례적"이라며 "기상관측기구를 띄워 측정한 대기권 하부 온도는 31.7도로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고 했다. 지구온난화 현상을 연구하는 워싱턴대학의 크리스티 에비 교수는 "북서부 불볕더위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맛보기 성격의 폭염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폭염 때문에 북극에서 열이 지속돼 기후변화가 심화할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열돔 현상뿐 아니라 20년에 걸친 대가뭄도 미국 서부지역 폭염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수분을 머금은 대지는 더위에 증발하면서 냉각 효과를 일으키지만, 바짝 마른 지표면은 대기를 더욱 가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기후학자 박 윌리엄스는 "작년 6월 서부 기온은 꽤 정상이었고 8∼9월에 폭염이 찾아왔다"며 6월 불볕더위는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컬럼비아대 러몬-도허티 지구관측소의 제인 윌슨 볼드윈 연구원은 "지표면이 건조하면 스스로 식을 수가 없어 더욱 뜨거워진다"며 가뭄과 결합한 폭염이 지표면과 대기의 순환 작용에서 이례적인 극단 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가 여름철 서부 폭염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UCLA 환경연구소의 기후학자 대니얼 스웨인은 폭염의 배경에는 "명확한 인간의 지문"이 찍혀있다며 "기후변화가 극한의 더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서부지역은 대가뭄 여파로 대도시 수돗물에서 흙맛이 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현지 수질관리 당국은 취수원인 새크라멘토강과 아메리칸강 유량이 대가뭄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폭염으로 남조류가 급증해, 흙 맛과 흙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인 지오스민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밝혔다. 남조류가 만들어내는 천연물질인 지오스민은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흙 맛과 비린내를 유발한다.
농촌의 방목지대에서는 메뚜기떼 경보가 내려졌다. 미국 농무부는 몬태나, 와이오밍, 오리건, 아이다호, 애리조나, 콜로라도, 네브래스카를 메뚜기 창궐 위험 지대로 선포했다. AP 통신은 익명의 연방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메뚜기떼 창궐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 쇠고기와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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