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주도한 블랙록, 독재국가 채권보유 '들통'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7-14 14:16:39
  • -
  • +
  • 인쇄
FT "블랙록과 AB 등 독재국가 채권 다수 보유"
EU "2023년부터 투자대상국 인권상황 법제화"

투자 결정시 인권을 고려한다고 떠벌렸던 블랙록과 얼라이언스번스틴(AB), 크레디 아그리콜 등 대표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자산운용사들이 정작 인권을 침해하는 정권의 국채를 사들여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ESG 열풍이 불면서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ESG 요소와 지속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실제 투자에 있어 인권보다 수익성을 우선했다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일례로 벨라루스의 민주주의 운동가 니콜라이 프라코프유는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UBS가 벨라루스의 국채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니콜라이는 블랙록과 UBS를 향해 벨라루스의 국채를 매입해 루카셴코가 정권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투자방침이냐고 비판했다. 이에 블랙록은 답변을 거부했고, UBS는 자사 투자항목 가운데 벨라루스 국채 비중이 크지 않다고 해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등 인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9년부터 현재까지 320억달러(약 37조원)의 국채를 팔았다. 러시아도 크림반도 강제합병과 시리아 내전 개입 등의 사건이 있었음에도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국채를 팔았다. 중국 역시 홍콩보안법 통과, 위구르족 탄압이 무색하게 해외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ESG와 인권을 주요 투자지표로 삼고 있는 블랙록과 AB, 크레디 아그리콜 등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중국의 국채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FT가 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블랙록과 AB는 응답하지 않았다. 크레디 아그리콜은 자사가 계약을 맺은 국가들 가운데 "어느 곳도 100% 이상적인 정책·전략을 실현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답했다.

몇몇 자산운용사들은 윤리적 기준이 깨끗하게 나눠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투자 결정을 압박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도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가 존재하고,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인권 증진에 힘쓴 바 있다.

또 신흥국은 정치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지만, 친환경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산운용사들에게 높은 수익을 가져다준다. 블루베이의 티모시 애쉬 신흥국 국채시장 선임전략가는 "자산운용사들은 투자자들을 위해 수익을 창출할 책무가 있고, 신흥국들의 경우 ESG 점수가 낮더라도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에 자금 쏠림 현상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운동가들은 자산운용사들이 인권침해로 일어나는 금전적 손실을 지표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ESG를 단순히 그간 주목받지 않았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전략 정도로 보고 있다며 목적이 아닌 하나의 수단으로 치부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부터 펀드매니저들의 투자가 ESG 요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고, 2023년에 이르면 펀드매니저가 투자하는 국가의 인권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에게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마련하도록 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아름다운가게, 수익나눔 '2026 희망나누기' 파트너 공모

비영리 공익법인 아름다운가게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를 위한 파트너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6 아름다운 희망나누기' 사

"굳이 2교대를?" 李대통령 지적에...SPC '8시간 초과 야근' 없앤다

SPC그룹이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야간근로를 없앤다.SPC그룹은 지난 25일 경기도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한국노총·민주당·쿠팡 '한자리'..."택배산업 발전 위해 소통" 다짐

택배산업 발전을 통해 노사가 윈윈하기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댔다.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김사성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 위원장,

'참붕어빵' 제품에서 곰팡이...오리온 "전량 회수조치"

오리온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가 검출돼 전량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오리온은 참붕어빵 제품 일부에서 곰팡이 발생 사례가 확인돼 시중에

F1 '넷제로' 향한 질주 5년만에 탄소배출량 26% 줄였다

영화 'F1 더 무비' 개봉과 함께 서킷 위 스피드에 열광하는 팬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포뮬러1(F1)은 탄소중립을 향한 질주도 이어가고 있다. F1은 2019년 '20

수자원공사, 재난구호용 식수페트병 '100% 재생원료'로 전환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재난구호용으로 지급하는 식수페트병을 100% 재생원료로 만든 소재를 사용한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가 제공하는 이 생

기후/환경

+

미국과 멕시코 ‘물 전쟁’ 종료…티후아나강 하수차단 합의

20년 넘게 국경을 오염시켜온 티후아나강 하수 문제가 마침내 해결 수순에 들어갔다. 미국과 멕시코는 2027년까지 원시 하수 유입을 전면 차단하기로 합

기후·환경정보 한눈에...'경기기후플랫폼' 서비스 시작

경기도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어디가 가장 좋을까? 전기요금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내 주변 가장 가까운 폭염대피소는 어디지? 이런 질

기록적 폭염이 키운 산불...그리스·튀르키예 동시다발 산불에 '아비규환'

그리스와 튀르키예 전역에서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 발생해 수십명이 대피하고,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스는 전국에서 화재 진압이 이어지

동부 40℃ 폭염, 서부 알래스카급 냉기…'이상기후'에 갇힌 美

미국 전역이 극단적인 이상기후에 휩싸였다. 동부와 중서부는 6월에 이어 또다시 열돔에 갇혀 체감온도가 40℃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서

[날씨] "이러다 40℃ 넘겠다"...폭염 기세 더 맹렬해진다

지난 주말 일부 지역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에 육박하는 맹렬한 폭염이 이번주 내내 이어진다. 한낮기온이 매일 정점을 찍으며 올라가는 '극한폭염'

녹색철강, 수요 있어야 전환도 있다..."정부가 공공조달 물꼬 틔워야"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철강 산업의 구조 전환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부의 녹색철강 수요 창출이 전환을 이끄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