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공판단 척도는 결국 '장기 수익성'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이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의 선구자 블랙록의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이 연례 최고경영자(CEO) 서한에서 'ESG 경영'을 재차 강조했다. ESG 경영은 요식행위가 아닌 자본주의 그 자체이며, 특히 탄소중립 계획이 없는 기업은 뒤처진다는 것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18일(현지시간) 블랙록이 투자한 기업의 CEO들을 대상으로 보낸 2022 연례 주주서한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핑크 회장이 연례 주주서한을 발송한 건 지난 2020년 이후 세번째다. 이 서한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블랙록이 투자한 국내 기업에도 전달된다.
핑크 회장은 ESG 경영의 근간이 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주주의 이익뿐만 아니라 고객, 근로자,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경영 방식)가 "소위 '깨어있기'(woke: 정치·문화·사회적 이슈에 대해 잘 알고있음, 차별 등 사회적 불의를 인식하고 있음) 위한 사회·이념적 의제가 아닌 자본주의 그 자체"라며 "우리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환경론자가 아닌 자본가이기 때문이며,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자본주의의 힘은 기업의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직원, 고객, 거래처, 지역사회와의 상생관계로부터 얻는 추진력에서 비롯된다"며 "이같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통해서 자본은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기업들이 견고한 수익성을 확보해 장기적인 가치가 창출되고 유지된다. 정당한 이익을 추구해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시장이 기업의 성공을 판단하는 궁극적인 척도는 결국 장기 수익성"이라고 적었다.
핑크 회장은 또 "모든 기업과 산업이 탄소중립 세계로의 전환에 따라 변화할 것"이라며 "주도하느냐, 끌려가느냐의 문제"라고 밝혔다. 2년전 그가 기후리스크가 곧 투자리스크라는 내용으로 서한을 보낸 이래 자본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 지속가능성 투자 규모가 4조달러(약 4770조9000억원)를 넘어섰다.
그는 "앞으로 나타날 1000개의 유니콘 기업은 검색엔진이나 소셜미디어 회사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확장가능한 혁신기업으로, 세계의 탈탄소화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모든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타트업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같은 미래를 계획하지 않은 국가와 기업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 핑크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CEO들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주하고 있으며, 기업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ESG경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직원들의 주5일 출근이 당연했고, 직장에서는 정신 건강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 이제 그 시대는 저물고 있다"며 "전세계 직원들이 더 유연하고 유의미한 업무 등 더욱 많은 것을 고용주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전환은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런 변화를 이끌기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필요하고 이는 기업의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수의 주주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점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많은 고객들이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회사와 관계를 맺길 바라며, 기업의 목적의식을 확인하고 싶어 합다. 또한 주주들은 기업의 비전과 사명의 기반이 되는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주주들이 기업의 전략과 그 배경을 명확히 이해한다면, 어려운 시기에도 그 기업을 지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