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커피원두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이 마시는 커피값도 오를 조짐이다.
23일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은 올해 90년만에 찾아온 역대급 가뭄과 30년만에 찾아온 한파를 차례로 겪으면서 커피원두 생산량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브라질은 지난 7월 20일 서리가 내리면서 원두 생산량이 60킬로그램(kg)짜리 포대 5500만개로 쪼그라들었다. 2020년 원두 생산량은 60kg 포대 7000만개였다.
생산량 감소는 즉각 가격에 영향을 미치면서 7월 넷째주 뉴욕의 커피원두 가격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파운드당 2달러 이상 치솟았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은 20% 가까이 뛰어올랐고, 이후 10% 더 상승했다. 이같은 원두값 인상폭은 지난해에 2배에 달하고, 6년반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에 내린 서리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서리는 15만~20만 헥타르의 경작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브라질 전체 아라비카 커피 경작지의 약 11%에 해당한다.
커피협동조합 미나술(Minasul)의 기술담당 아드리아노 데 레젠데는 "작물의 20%~30%가 이례적인 추위에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미나술의 사장 호세 마르코스 라파엘 마갈하이스는 이번 추위로 9억7150만달러~11억7000만달러의 손실을 예상했다. 마갈하이스는 "농작물의 대부분이 생산능력을 잃었다"며 "새로 심을 커피 묘목도 상당수 추위에 피해를 입어 회복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커피는 열대성 작물인 탓에 5°C 이하의 저온에서 성장성이 저하된다. 영하 3°C 이하로 떨어지면 커피나무가 완전히 고엽화되어 죽는다. 아라비카는 스타벅스, 네슬레 등 대형 커피회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원두 종류로 특히 추위에 약하다.
영국 큐왕립식물원에서 커피를 연구하고 있는 애런 데이비스 박사는 "이번처럼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다가 서리가 내린 경우는 특히 치명적"이라며 "가뭄으로 이미 시든 나뭇잎은 낮은 기온과 서리에 더 취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서리에 노출된 커피나무는 회복되는데 1~2년 걸리지만, 커피나무가 아예 죽어서 묘목으로 대체해야 할 경우 제대로 된 작물을 얻는데 4~5년이 걸리고 생산량을 회복하는데 최대 7년이 걸릴 수 있다.
기후변화는 커피뿐 아니라 목재와 초콜릿, 쌀 등 주요 원자재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반구 전역은 사계절 내내 이례적으로 기상이변에 시달리면서 농산물 생산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코로나19 팬데믹보다 글로벌 공급망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론경영대학원의 경영학과 교수이자 슬론 지속가능성계획의 공동책임자인 존 스터먼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이상기후, 산불, 가뭄, 허리케인, 수확량 감소, 물 부족, 강제 이주, 정치적 불안 등 기후변화로 인한 혼란은 기업의 공급망뿐만 아니라 금융 및 서비스 부문에서도 엄청난 악재"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컨소시엄의 과학 및 연구 응용 프로그램 수석 책임자 크리스티 슬레이는 "농업과 임업, 기술 분야를 막론하고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분야는 없다"고 경고하며 "기업이 이같은 위협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