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취약한 성소수자 대출받으라고?"…러시앤캐시 '핑크워싱' 논란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0-07 14: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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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적 취약한 소수자 대상으로 대출 권유
이전에도 여성 친화대출로 물의 빚은 적 있어
▲드랙 아티스트 나나영롱킴이 출연한 러시앤캐시 광고.(사진=러시앤캐시 유튜브)

대부업체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대출브랜드 '러시앤캐시'의 유튜브 광고가 '핑크워싱' 논란에 휩싸였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성소수자들을 생각하는 것처럼 광고하면서 대출을 유도해 수익을 내려한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8일 러시앤캐쉬는 자사 유튜브 채널 '무과장'에 '러시앤캐시 어쩌라고편' 이라는 제목의 광고를 올렸다. 이 광고에는 드랙 퍼포머 나나영롱킴이 등장해 "난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 "안 창피하냐고? 남에게 손 벌리는 것이 더 창피해" 등의 대사를 하며 대출을 권유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랙이란 자신의 성별에 기대되는 모습과 반대 모습으로 자신을 과장되게 꾸미는 퍼포먼스의 일종이다.

광고가 나온 이후 SNS를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광고는 유명 성소수자 아티스트를 내세워 성소수자의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비추어 볼 때 결국 사회적 약자를 사채로 끌어들인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누리꾼들은 "차별으로 인해 트랜스젠더는 빈곤이나 단기적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 손 벌리는 것 보다 러시앤캐시를 이용하는 게 낫다는 유혹은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트렌스젠더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은 매우 열악한 위치에 놓여 있다. 성확정 수술(성전환 수술)에 드는 비용은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000만원에 달한다. 또 성확정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타국과 달리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는 성확정 수술을 미용 목적의 수술로 분류해 전액 비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올해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별 정정을 시도한 적 없는 트랜스젠더 중 58.9%는 의료적 조치에 드는 비용이 그 이유라고 응답했다.

게다가 고용에 대한 차별로 인해 경제적으로 더 열악한 현실이다. 위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 활동 경험이 있는 트랜스젠더 중 57%가 성벌 정체성과 관련해서 구직 포기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48.2%는 외모 등이 여자·남자답지 못하다는 반응을 들었다고 답했다. 37%는 주민등록번호에 제시된 지정성별과 성별 표현의 불일치로 인해 구직에 여러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는 임금 영역에서도 차별로 이어진다. 2014년 친구사이에서 발간한 '한국 LGBTI 사회적 욕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6.9%만이 정규직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 또 트랜스젠더의 월평균 임금은 206만원으로 해당기간 전체근로자의 1인당 월평균 임금인 319만원보다 낮았다. 

대부업계는 이전에도 여성 전용 대출 상품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인터넷에 '여성 대출'을 검색하면 여성을 대상으로한 대출 광고가 우후죽순 등장한다. 대부업계는 "여성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 "전업주부 대상으로 소액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고 해당 상품을 설명한다. 이러한 대출 상품은 경제권이 남편에게 종속된 가정주부에게 고금리 대출을 권유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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