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일반사무원?...고용보험 직종 허위기재로 피해보는 이직자들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0-20 14:34:33
  • -
  • +
  • 인쇄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시 직종 동일하게 기재
보험료 절감 위한 회사들의 '꼼수'...근로자는 피해


디자이너 A씨는 취업이 거의 확정된 회사로부터 "고용보험에 있는 이력이 달라 고용이 힘들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보니 전 직장에서 A씨의 고용보험을 가입하면서 직종을 '디자이너'가 아닌 '일반 사무원'으로 기재했던 것이다.

A씨처럼 회사에서 실제로 담당했던 업무와 고용보험 '자격이력내역서'에 기재된 업무가 달라 재취업에 피해를 보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자격이력내역서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근로자의 직장과 근로기간, 직종 등을 표기하는 양식이다. 보통 정부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직원들의 교육이나 재취업, 이직시 이력서의 내용에 허위사실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격이력내역서를 열람하는 경우가 많다.

고용보험 자격이력내역서에는 근로자의 직종을 894개로 아주 세분화해놨다. 따라서 체크할 항목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고용보험 내역서에 해당 직종이 아닌 '일반 사무직'으로 기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직종에 따라 회사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고용보험은 직종별 보험료 차이가 크지 않지만 산재보험은 직종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통상 대부분의 회사들은 입사자들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을 한꺼번에 체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재보험료를 낮추기 위해 직종을 허위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6곳의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한 곳 말고는 다른 직종으로 등록되어있다(사진=SNS 캡처)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입사자들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은 보통 같은 직종으로 가입한다"면서 "고용보험료는 차이가 별로 없지만 산재보험료는 직종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산재보험료가 수십배 차이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회사가 돈을 아끼기 위한 '꼼수'로 허위기재한 직종 때문에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회사를 믿고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내역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회사가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몫이 되고 있다.

특히 영세업체들의 경우는 인사담당자가 이같은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서 담당업무와 다른 내용이 기재되거나 아예 직종 기재 자체가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직종을 허위기재하거나 누락됐을 경우 근로자들이 재취업할 때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기업들은 경력직 채용시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 허위인지 검증하기 위해 자격이력내역서 제출을 요구하기도 하고, 공공기관은 경력직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반드시 이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같은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자신의 고용보험 직종이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것이 확인되면 회사 인사담당자에게 내역서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될 경우 근로복지공단 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에서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확인청구를 할 수 있다. 이때 근로계약서, 업무관련 메시지를 첨부한다면 더욱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SK AX, ASEIC과 51개국 제조업 탄소중립 전환 나서

SK AX가 'ASEIC'과 손잡고 국내외 51개국 중소·중견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탄소관리, 기후공시 등 탄소중립 전환을 돕는다. SK AX은 ASEIC(아셈중

쿠팡 '비닐봉투' 사라지나?...지퍼 달린 다회용 '배송백' 도입

쿠팡이 신선식품 다회용 배송용기인 프레시백에 이어, 일반 제품 배송에서도 다회용 '에코백'을 도입한다.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인천, 부산, 제

삼성, 수해 복구에 30억 '쾌척'…기업들 구호손길 잇달아

삼성그룹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30억원을 21일 기부했다. 기부에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

삼성전자-LG전자, 침수지역 가전제품 무상점검 서비스

삼성전자서비스와 LG전자가 집중호우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침수된 가전제품 세척과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 18일부

"ESG 정책 중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 가장 시급해"

ESG 정책 가운데 기본법 제정과 공시 의무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한국ESG경영개발원(KEMI)은 지난 17일 여의도 FKI타워 파인홀에서

한숨돌린 삼성전자...이재용 사법리스크 9년만에 털었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회장의 무죄가 확정되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9년째 이어지던 '사법리스크'를 털어냈다. 그동안 1주일에 두번씩 법정에 출두

기후/환경

+

기후변화로 美 북동부 폭풍 '노이스터' 위력 17% 증가

지구온난화로 미국 북동부 지역의 폭풍 위력이 증가하고 있다.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기후학자 마이클 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1940년 이후 올

해변을 지켜야 vs 해변가 집을 지켜야...해수면 상승으로 '딜레마'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국 곳곳의 해변이 조금씩 바다에 잠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6세기 로마법에 뿌리를 둔 '공공신탁' 개념이 다시 주목

맥주병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플라스틱병보다 많은 이유

유리병에서 플라스틱병보다 50배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프랑스 식품환경산업안전보건청(ANSES)은 생수, 콜라, 맥주, 와인이 담긴 플라스틱병과

'동토의 북극' 옛말되나?...겨울에 물웅덩이 생기고 새싹 돋아

한겨울에 눈이 뒤덮여있어야 할 북극에서 물웅덩이가 생기고 눈이 녹은 땅위에서 새싹이 돋는 희귀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학자들은 북극의 겨

김성환 환경장관 "도전적·합리적 탄소감축 목표 수립하겠다"

김성환 신임 환경부 장관은 '도전적이면서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겠다고 밝혔다.김성환 장관은 22일 취임사에서 이같이 밝히며 "2035 국

'극한호우'에 농경지 2.9만㏊ 침수되고 가축 175만마리 폐사

서산과 광주, 산청 등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이번 집중호우로 경작지 2만9448헥타르(㏊)가 물에 잠겼다. 이는 축구장 4만1000여개에 달하는 면적이다.농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