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1세기 중반쯤 탄소중립 달성' 문구로 대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31일(현지시간) 로마에서 폐막한 정상회의에서 지구의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데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는 파리기후협약의 '2도 이내 억제'보다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파리기후협약에서는 2℃ 이내 억제를 명시하고 "추가적으로 1.5℃ 이내로 억제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탈탄소'를 비롯한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합의하는데는 실패하면서 '반쪽짜리 선언'이라는 혹평이 이어지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탄소중립의 실현연도를 못박지 않고 '21세기 중반쯤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탈석탄과 관련해서도 '해외에서 추진중인 신규 석탄발전소 건축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고 석탄발전을 가능한 한 빨리 폐지한다'는 식으로 돼 있다. 구체적인 시점을 못박지 않고 모호하게 서술한 것이다.
탄소중립 시점을 못박지 못한 것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 등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30년과 2050년까지 각각 탈석탄과 탄소중립을 명시할 것을 주장했지만 중국 등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주장했고 인도는 시점을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
탈석탄에 대해서도 중국과 인도는 서방 국가들과 이견을 보였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내 석탄 소비를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 G20의 제안을 처음부터 반대해 왔다. 특히 중국은 석탄을 주요 발전원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석탄발전을 줄이는 것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포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G20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50은 마법의 숫자가 아니다"며 "그것이 유럽연합의 포부라면 각 나라들도 자신만의 목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무도 2050년 탄소중립이 모두가 따라야 하는 것임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지 못하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올 8월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AR6)에 따르면, 지구 지표면의 온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상승해 2040년에 이르면 산업화 이전보다 1.5°C 상승한다. 이 보고서는 2050년도 탄소중립도 너무 늦는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탄소중립 시점합의에 실패하자,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은 일제히 이 국가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개최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번 G20 선언은 급속히 뜨거워지는 바다에 떨어지는 물방울에 불과하다"며 실망스러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러시아와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많은 사람들도 똑같이 실망스러울 것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국가는 석탄발전이 자국과 지구에 대한 사형선고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며 "모든 국가의 모든 부분에서 탈석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탄소중립 시점에 합의하지 않은 G20 선언문 채택에 환경단체들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관계자는 "우리는 기온상승 폭이 2.7℃에 달하는 지구온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재앙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로마에서 보여준 우유부단함과 분열이 지구를 불태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G20 정상회담에 참여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상들은 영국 글래스고로 이동해 COP26에서 남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회담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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