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설익은 정책 '뭇매'...디지털 상황판 없애놓고 '메타버스' 구축?

이준성 기자 / 기사승인 : 2021-11-05 11:25:12
  • -
  • +
  • 인쇄
내년말까지 메타버스 종합민원실 구축에 39억
청년과 주민자치, 도시재생 예산은 모두 '싹둑'
서울시가 지방정부 최초로 '메타버스'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는데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서울시가 지난 3일 발표한 '메타버스 서울 추진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자체 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가칭)'을 2022년말까지 구축한뒤 2026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이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1단계 사업예산으로 39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시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 "현재 온라인 민원과 뭐가 달라?"

▲서울시에서 발표한 메타버스 개념도(자료=서울시)


가장 먼저 현재 인터넷 민원과 메타버스 민원이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2023년에는 메타버스에 설치된 가상 종합민원실을 통해 시청민원실을 찾아야만 할 수 있었던 민원과 상담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하겠다"면서 "이런 업무는 아바타 공무원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뉴스트리 취재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민원을 메타버스에서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메타버스 민원실은 기존 온라인 민원실을 매타버스에 구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별히 메타버스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민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존에 보도된 내용과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저희 쪽에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아직 기초연구 단계"라며 "각 부서에서 이런 것들은 메타버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취합해 로드맵에 반영한 것"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를 들어 핀테크랩 플레이그라운드는 핀테크 스타트업를 위한 창업박람회를 메타버스에서 개최하거나 사무실을 메타버스에 만드는 정도"라고 밝혔다.

'메타버스 서울'은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의 초기 행보와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취임초기 서울시장 집무실에 설치된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철거한 바 있다.

디지털 시장실은 서울시의 각종 행정 빅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정에 대한 각종 지표를 비롯해 재난안전, 교통상황, 코로나19 확진자 상황 등 시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데이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중국 베이징을 비롯해 해외 250여개의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를 '전임 시장의 잔재'라며 철거해버렸다. 이에 전문가들조차 "이미 구축한 좋은 디지털 시스템은 철거하고 거액을 들여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IT 전문가는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코로나 상황을 브리핑 패널로 보고받는 사람이 임기 막바지가 되자 치적 남기기성 사업을 남발한다"고 비꼬았다. 


◇ 청년사업은 줄이면서 '메타버스' 구축?

서울지역 청년단체들이 예산 삭감에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더구나 오세훈 시장은 취임한 이후 청년과 주민자치, 도시재생 등 기존에 추진되던 위탁사업 예산을 줄줄히 삭감했다. 이달 1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청년공간 사업은 158억원에서 83억원으로 줄었다. 또 올해 66억원이던 서울 청년센터의 내년 예산은 25억원으로 절반 이상 싹둑 잘라버렸다. 도시재생사업은 90억원에서 23억원으로 75%가량 줄였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당장 내년에 계획한 일상적인 사업조차 못하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무차별적인 예산삭감을 남발하고 있다"며 "개인의 야욕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실적을 내고 있는 시민단체 지원 예산은 효율을 목적으로 감축하고 탁상행정의 극치인 메타버스에는 거의 40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으려고 하고 있다"며 "누가 누구를 비효율적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론도 냉소적이다. 한 누리꾼은 "따릉이예산 깎아서 한다는 것이 메타버스 서울이냐"고 기막혀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이미 전산화가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메타버스를 만들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며 "(메타버스를) 구축하면 정보접근성이 취약한 노인분들은 거기에 접속할 수 있는거냐"고 반문했다. 

얼마전 서울시는 따릉이 예산을 감축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ESG

Video

+

ESG

+

자연복원 참여기업 ESG실적 인정...첫 민관협력 사업 진행

기업이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자연환경 복원사업에 참여하면 ESG 경영실적으로 인정해주는 시범사업이 민관협력으로 진행된다.환경부는 민간기업인

환경부 'ESG 전문인력' 교육과정 참가자 모집

환경부가 ESG 전문인력 교육과정 참가자를 모집한다.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5년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

화석연료에 46조 투자한 유럽 ESG펀드들...규제 앞두고 '이름지우기' 분주

유럽 투자회사들이 'ESG펀드'를 통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규모가 330억달러(약 46조1200억원)가 넘는다는 폭로가 나왔다. '무늬만 EGS펀드'는 이달부터

LG, 생태계 살리는 ‘토종꿀벌’ 키운다…2년 후 400만마리 목표

LG가 꽃의 수분을 도우며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꿀벌 지키기'에 나섰다.LG는 최근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생태수목원인 화담숲 인

KCC, 지역 사회시설 환경개선 활동..."ESG경영 앞장"

KCC가 전국 사업장 소재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밀착형 사회공헌 활동으로 ESG경영에 앞장선다.KCC는 전라북도 진안군에 위치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SPC삼립, 제빵공장 근로자 사망사고에 "죄송하다" 사과문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SPC삼립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사고는 19일 오전 3시쯤 시화공장에서 발생했으며, 숨진 A씨

기후/환경

+

산호초에 무해하다는 ‘리프 세이프’ 선크림...정말 안전할까?

자외선차단제(선크림) 성분이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산호초에 무해하다는 'Reef Safe'(산호초 안전) 마크를 붙인 제품

매년 3.2%씩 사라진 아마존...강수량도 5.4% 줄었다

아마존 산림면적이 감소하면서 강수량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9일(현지시간) 유 리우(Yu Liu) 중국 난징대학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지난 14년동안 산

"5월이 아까시꿀 제철인데"...양봉농가 잇단 폭우에 '시름'

"꿀이 막 올라오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꿀벌들이 꿀을 모을 시기를 놓치고 있다."최근 여름철을 방불케하는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새 정부에 바란다] "청년은 기후위기 피해자...의견 반영해야"

올 3월 역대급 산불피해가 발생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국

환경부,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 유예 '고려'…환경단체 "정책 퇴보" 비판

환경부가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경단체가 강도 높은 비판

LG, 생태계 살리는 ‘토종꿀벌’ 키운다…2년 후 400만마리 목표

LG가 꽃의 수분을 도우며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꿀벌 지키기'에 나섰다.LG는 최근 LG상록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생태수목원인 화담숲 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