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주민자치, 도시재생 예산은 모두 '싹둑'
서울시가 지난 3일 발표한 '메타버스 서울 추진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자체 플랫폼인 '메타버스 서울(가칭)'을 2022년말까지 구축한뒤 2026년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이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1단계 사업예산으로 39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시의 이같은 계획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 "현재 온라인 민원과 뭐가 달라?"
가장 먼저 현재 인터넷 민원과 메타버스 민원이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2023년에는 메타버스에 설치된 가상 종합민원실을 통해 시청민원실을 찾아야만 할 수 있었던 민원과 상담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하겠다"면서 "이런 업무는 아바타 공무원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뉴스트리 취재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트리와 전화통화에서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민원을 메타버스에서 가능하도록 하려는 것은 아니다"며 "메타버스 민원실은 기존 온라인 민원실을 매타버스에 구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별히 메타버스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민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존에 보도된 내용과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저희 쪽에서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또 "아직 기초연구 단계"라며 "각 부서에서 이런 것들은 메타버스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취합해 로드맵에 반영한 것"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예를 들어 핀테크랩 플레이그라운드는 핀테크 스타트업를 위한 창업박람회를 메타버스에서 개최하거나 사무실을 메타버스에 만드는 정도"라고 밝혔다.
'메타버스 서울'은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오세훈 서울시장의 초기 행보와 상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취임초기 서울시장 집무실에 설치된 디지털 시민시장실을 철거한 바 있다.
디지털 시장실은 서울시의 각종 행정 빅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정에 대한 각종 지표를 비롯해 재난안전, 교통상황, 코로나19 확진자 상황 등 시민들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데이터를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중국 베이징을 비롯해 해외 250여개의 도시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받은 바 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이를 '전임 시장의 잔재'라며 철거해버렸다. 이에 전문가들조차 "이미 구축한 좋은 디지털 시스템은 철거하고 거액을 들여 메타버스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IT 전문가는 자신의 소셜서비스(SNS)에 "코로나 상황을 브리핑 패널로 보고받는 사람이 임기 막바지가 되자 치적 남기기성 사업을 남발한다"고 비꼬았다.
◇ 청년사업은 줄이면서 '메타버스' 구축?
더구나 오세훈 시장은 취임한 이후 청년과 주민자치, 도시재생 등 기존에 추진되던 위탁사업 예산을 줄줄히 삭감했다. 이달 1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을 살펴보면 청년공간 사업은 158억원에서 83억원으로 줄었다. 또 올해 66억원이던 서울 청년센터의 내년 예산은 25억원으로 절반 이상 싹둑 잘라버렸다. 도시재생사업은 90억원에서 23억원으로 75%가량 줄였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당장 내년에 계획한 일상적인 사업조차 못하게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무차별적인 예산삭감을 남발하고 있다"며 "개인의 야욕으로 서울시민의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실적을 내고 있는 시민단체 지원 예산은 효율을 목적으로 감축하고 탁상행정의 극치인 메타버스에는 거의 40억원에 달하는 돈을 쏟아부으려고 하고 있다"며 "누가 누구를 비효율적이라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론도 냉소적이다. 한 누리꾼은 "따릉이예산 깎아서 한다는 것이 메타버스 서울이냐"고 기막혀 했다. 또다른 누리꾼은 "이미 전산화가 잘 되어 있는데 굳이 메타버스를 만들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며 "(메타버스를) 구축하면 정보접근성이 취약한 노인분들은 거기에 접속할 수 있는거냐"고 반문했다.
얼마전 서울시는 따릉이 예산을 감축했다가 시민들의 항의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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