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거대 빙붕 붕괴, 3월에만 세번"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남극에서 서울면적의 2배에 달하는 거대 빙붕이 단 며칠만에 완전히 무너졌다.
과학자들은 표면적이 약 1200km²인 남극 콩거(Conger) 빙붕이 지난 15일 붕괴됐다고 25일(현지시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코페르니쿠스 센티넬1호 위성데이터에 따르면 이 빙붕은 이달 5일~7일 사이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남극의 동부지역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을 보였다. 남극 콩코디아(Concordia) 기지는 지난 18일 영하 11.8℃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기존보다 40℃ 이상 오른 수치다. 전문가들은 대기에 습한 공기층이 형성되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이 남극대륙에 열을 가두면서 기온이 급격히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알렉스 센 굽타(Alex Sen Gupta)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부교수에 따르면 남극 폭염은 지난 15일부터 시작됐다. 그는 "남극 동부지역의 대부분은 기온이 평소보다 20℃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빙붕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상의 연장선으로 내륙의 얼음이 쉽게 녹지 않게 억제한다. 빙붕이 없으면 내륙의 얼음이 바다로 더 빨리 흘러들어가 해수면이 상승한다.
캐서린 콜렐로 워커(Catherine Colello Walker) NASA·우즈홀해양학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 지구행성과학자는 "콩거 빙붕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라센B 빙붕이 붕괴된 200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중요한 붕괴사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이번 사건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징조"라고 내다봤다.
워커 박사에 따르면 콩거 빙붕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고 있었지만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줄어드는 속도가 점진적이었다고 한다. 올 3월 4일까지 빙붕은 1월 측정치 약 1200km²에 비해 표면적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네프 미국 미네소타대학 빙하학자는 얼음과 암반의 기하학적 구조상 동남극 얼음은 서남극처럼 빠르게 손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번 붕괴가 3월 중순 대기의 강 현상이 몰고온 폭염과 관련이 있을 경우 이에 관한 추가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헬렌 아만다 프리커(Helen Amanda Fricker) 스크립스극지센터(Scripps Polar Center) 빙하학교수는 "콩거 빙붕 붕괴 외에도 토튼(Totten) 빙하와 글렌저(Glenzer) 빙붕 등 3월에만 남극대륙 동부의 빙붕이 무너지는 현상이 세 번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남극 동부의 많은 부분이 빙붕을 받치고 있어 그곳의 모든 빙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앤드류 매킨토시(Andrew Mackintosh) 호주 모나시대학(Monash University) 지구대기환경 교수는 "대규모 빙붕 붕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는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콩거 빙붕이 이미 해저에서 상당량 녹아내려 이로 인해 붕괴한 것으로 보았다.
매킨토시 교수는 "붕괴 자체는 최근 기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표면이 녹아 발생했을 수 있다"며 이번 붕괴를 최근의 온난화와 연결하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매트 킹(Matt King) 호주 남극과학우수센터(Australian Center for Excellence in Antarctic Science) 센터장은 콩거빙붕의 붕괴 자체가 해수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기후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 큰 빙붕이 많이 부서지며, 얼음이 다시 얼지 않게 되어 전세계 해수면을 크게 상승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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