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기후종말론'..."기후변화로 인류멸종 배제 못해"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2-08-03 12:11:06
  • -
  • +
  • 인쇄
"IPCC 기후종말 가능성 다룬 보고서 작성해야"
최악 시나리오 간과하면 안일한 위험관리 불과


기후변화로 사회가 붕괴되고 인류가 멸종하는 '기후종말'(climate endgame)'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생존위험연구센터 루크 켐프(Luke Kemp) 박사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지금까지 기후분석에서 기후종말의 위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며 "기후종말의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1일(현지시간) 게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지구 평균기온이 3℃ 이상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시나리오는 총 영향에 대한 정량적 추정치가 거의 없는 등 기후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IPCC가 '기후종말'의 가능성까지 다룬 특별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촉구했다. 

기후종말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미래의 배출량과 기후시스템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기후학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간과한 채 기후변화에 직면하는 일은 기껏해야 안일한 위험관리에 지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가 종말론적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주도한 루크 켐프 박사는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에 대한 정보가 가장 부족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적당한 수준의 온난화에서도 기후변화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기후변화는 모든 대멸종 사건에 중대한 영향을 끼쳐왔다"고 강조했다. 즉 재난은 극한기후와 같은 고온의 직접적인 영향에만 국한되지 않고 금융위기, 분쟁, 신종질병 등 연쇄적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철저한 위험평가를 통해 위험의 확산 및 상호작용, 증폭 과정을 분석해야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실제위험이 전개되는 방식으로, 가령 사이클론은 전기 인프라를 파괴해 뒤이어 오는 폭염에 취약하게 만드는 식이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지구기온이 약간 상승했을 때 거대한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다. 연구팀은 "여러 문제들을 폭포처럼 터뜨릴 수 있는 티핑포인트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구 평균기온을 무려 8℃까지 올릴 수 있는 성층적운 손실 등의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대기중 탄소농도가 심해지면 햇볕을 가려주는 역할을 하는 구름이 사라져 온난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기후붕괴가 전쟁이나 전염병같은 다른 위험을 악화시키거나 촉발시킬 수 있고, 빈곤과 흉작, 물부족 등의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분석은 초강대국들이 언젠가 지구공학계획이나 탄소배출권을 놓고 싸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현재의 정치적 취약성이 향후 수십년간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잠재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불안정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탄소배출이 지속될 경우 2070년까지 연간 평균기온이 29℃ 이상 오르면서 20억명이 폭염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재의 배출 추세로 간다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2.1~3.9℃ 상승하고, 기존의 탄소공약이 모두 이행될 경우 1.9~3℃까지 상승할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현재까지 설정된 모든 장기목표를 달성하면 지구온난화를 1.7~2.6℃까지 제한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낙관적 가정조차 전지구적 위험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 이상 높은 온도는 인류문명이 출현하기 훨씬 이전인 260만년의 시간동안 지속된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öm)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Potsdam Institute for Climate Impact Research) 교수는 "지구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알수록 우려가 더 커진다"며 지구는 매우 정교하고 연약한 유기체임을 강조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KT 새 대표이사 후보군 33명...본격 심사 착수

KT의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이 마감되면서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이 33명으로 확정됐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16일 진행한 대표이사 후보

전북도, 다회용기 민간사업자 모집

전북특별자치도가 '2026 다회용기 사용 촉진 지원사업'을 수행할 민간 사업자를 오는 12월 24일까지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이는 자원 순환을 목표로 도

삼성중공업,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해상실증 나선다.삼성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유기랭킨사이클(ORC:Organic Rankine Cycle) 기반 폐열회수 발전시스템(

쿠팡 '못난이 채소' 새벽배송 3년...직매입 물량 8000톤 돌파

쿠팡은 최근 3년간 전국 농가에서 직매입해 새벽배송으로 선보인 '못난이 채소' 누적 규모가 8000톤을 돌파했다고 18일 밝혔다. 쿠팡은 지난 2023년부터

[ESG;스코어] 韓 해운사 탄소효율…벌크선사 팬오션이 '꼴찌'

팬오션, 현대글로비스가 우리나라 해운사 가운데 '탄소집약도지수'(CII) 위험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LNG와 코리아LNG, KSS해운은 CII 위

카카오 '장시간 노동' 의혹...노동부, 근로감독 착수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장시간 노동 문제를 두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게 됐다.고용노동부 관할지청인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이달초

기후/환경

+

한국 '탈석탄동맹' PPCA 합류...호주 에너지전환까지 촉진?

한국이 '국제탈석탄동맹(PPCA:Powering Past Coal Alliance)'에 가입함으로써 호주의 화석연료 산업을 쪼그러뜨리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전기차 충전시설, 28일부터 지자체 신고·책임보험 의무화

이달 28일부터 건축물 주차장에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같은 내용을

[COP30] 교황의 묵직한 경고..."기후위기 대응, 더는 미룰 수 없다"

교황 레오 14세가 세계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을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묵직한 경고를 날렸다.교황 레오 14세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앞으로 '1000년' 이어진다

탄소중립을 달성해도 산업화 이후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소 1000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17일(현지시간) 21세기 호주 연방산업연구기구(CSIRO)

[COP30] "이건 생존이다!"…기후 취약국들 COP30에서 '절규'

기후취약국들이 "기후위기는 생존 문제"라며 선진국의 실질적 감축과 재정지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

지역마다 제각각 풍력·태양광 '이격거리'...기후부, 규제 합리화 추진

지역마다 제각각인 태양광과 풍력의 이격거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서울 영등포구 한국에너지공단 서울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