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상품 무조건 거른다" 반발 확산
SPC그룹이 평택 제빵공장 직원의 사망사고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며 '불매운동'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의 평택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여성 근로자 A(23) 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이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SPC그룹 계열사의 높은 노동 강도와 안전불감증 등을 지적하며 해당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인 16일 사고가 났던 배합실만 흰 천으로 가려놓고 다른 기계들로 작업을 재개한 공장 내부 사진이 공개돼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공장 측은 혼합기 9개 중 안전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기계로 작업했다고 해명했지만 분노한 시민들은 "피 묻은 빵은 먹을 수 없다"며 SNS를 중심으로 SPC 28개 브랜드를 공유하는 등 SPC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SPC는 사고 발생 이틀 만인 17일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사고 직후엔 입장 표명 없이 해외 진출 홍보자료만 배포했다가 논란이 됐던 터라 뒤늦은 사과문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도 나왔다.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SPC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전보상)는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과 베스킨라빈스·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해당 브랜드의 프렌차이즈 매장 가맹점주들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과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을 상대로 "매장 앞 1인 시위와 온라인 게시물 게재를 중단하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노조와 단체들은 가맹점 100m 이내에서 지정된 59가지 문구를 구호로 외치거나 유인물로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 문구가 사용된 현수막 등을 사용한 집회·시위를 할 수 없게 됐다.
법원이 금지한 시위 문구 59가지는 "파렴치한 SPC 사회적 합의 이행하라"와 같은 구체적인 문구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혼내주자", "눈물로 만든 빵 안 먹어"와 같은 불매를 독려하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을 개발자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20일 직접 만든 사이트 '소비자59'를 통해 법원이 금지한 59가지 문구를 공유했다. 사이트 개발자는 트위터에 해당 사이트의 링크와 함께 "진짜...너무 황당하고 화나서 이런 걸 만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 쉽게 59가지 문구를 트위터에 공유해보아요 #SPC불매"라는 게시글을 적었다. 사이트에 접속하면 법원이 금지한 문구가 무작위로 선택되며 이를 트위터에 공유하면 '#멈춰라SPC', '#SPC불매', '#소비자59'와 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문구가 공유된다.
법원의 결정에 오히려 불매운동에 불이 붙은 가운데, A씨의 빈소에 SPC가 조문 답례품이라며 빵 두 박스를 전달한 사실이 공개돼 분노의 불길이 더욱 거세졌다.
지난 20일 A씨의 유족은 SPC가 지난 16일 A씨의 장례식장에 파리바게뜨의 빵 2박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족측이 공개한 사진에는 박스 안에 파리바게뜨 인기 상품인 땅콩크림빵과 단팥빵이 들어있었다.
유족은 "SPC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는데 이걸 답례품으로 주라고 갖고 온 게 말이 되느냐. 인간적으로 이렇게 할 수 있는 거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누리꾼들은 "진짜 사이코패스인가?", "SPC 상품 무조건 거른다"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공식 트위터에 "해도 해도 너무한다. SPC 절대 사지도, 가지도 맙시다"라며 불매 운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SPC 측은 직원들에게 통상적으로 지원되는 상조 지원품 중 하나라고 해명했다. SPC는 "내부 직원이 상을 당했을 때 숟가락·젓가락 등 상조용품과 함께, 식사를 제때 못하는 상주나 일하는 분들을 위해 추가로 빵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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