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잃은 미국인은 "수억 번 찔린 것 같다"
154명이 넘는 목숨이 사라진 서울 이태원 참사로 친구, 연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30일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는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사망한 여성 최모 씨(25)의 시신이 안치됐다. 최 씨와 함께 있다가 간신히 살아남은 친구 A씨(25)는 최 씨의 아버지 손을 붙잡고 "제가 잘못했어요. ㅇㅇ이 손을 놓쳤어요"라며 오열했다. 최 씨의 아버지가 "네 잘못이 아니다"라며 달랬지만 A씨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강원 강릉에 거주하는 최 씨 가족은 전날 오후 10시 33분경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고 말했다. 최 씨의 아버지는 "(주변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 무슨 일이냐고 계속 물어봤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다"며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고 결국 딸의 사망 소식이 돌아왔다. 그는 "상경하고도 거의 매일 전화하던 아이였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가 올 것 같아 전화기를 놓지 못하겠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먼 타지로 떠난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아버지의 비통한 사연도 전해졌다.
미국에 사는 스티브 블레시(62) 씨는 아내와 쇼핑중 동생으로부터 이태원 참사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 사고 소식을 접한 블레시 씨는 서울에 있는 차남 스티븐(20)의 안부가 걱정돼 수소문했지만 돌아온 건 아들이 죽었다는 통보였다. 블레시씨는 "수억 번을 동시에 찔린 것 같다"며 "아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조지아주 케네소주립대에 다니던 스티븐은 해외 대학에서 한 학기를 다니고 싶어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동안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한국에 있는 한 대학으로 가을학기에 왔다. 블레시 씨는 아들이 국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아 동아시아에서 경력을 쌓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