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억제해도 해수면 2~3m 상승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조만간 '성서규모의 대규모 강제이주'가 시작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해수면 상승의 국제 평화 안보에 대한 함의'를 주제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기후위기로 지난 한세기 바다의 수온은 1만1000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고, 해수면 상승은 3000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런던부터 로스앤젤레스, 방콕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인구의 10분의 1을 향한 위기가 급물살을 타고 덮쳐오고 있고, 몇몇 국가는 파도에 삼켜져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50년까지 기온 상승폭을 1.5℃로 억제하더라도 해수면 상승은 계속해서 진행되면서 향후 2000년간 2~3m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이 2℃ 오르면 바다 수온은 그보다 2배 이상 오르면서 해수면은 6m 상승하고, 5℃ 오르면 최고 22m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각국의 현행 탄소저감 목표대로면 기온은 2.4℃ 오를 전망이고, 2100년 해수면은 50cm 상승한다는 게 WMO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어느 대륙에 위치하더라도, 또 대도시라고 하더라도 연안지역 항구도시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고위험군에 속한다. 도시별로 살펴보면 카이로, 라고스, 마푸토, 방콕, 다카, 자카르타, 뭄바이, 상하이, 코펜하겐, 런던, 로스앤젤레스, 뉴욕,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티아고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해안 저지대에 거주하며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온 사람들은 약 9억명에 달한다. 해수면 상승이 일부 취약국에는 '사형선고'가 될 것이라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구약시대 출애굽기처럼 탈출 행렬이 이어지면서 "성서에서 볼 법한 규모의 이재민이 대거 발생할 것"이라며 "식수난이 심각해지고, 토지와 자원을 두고 벌이는 싸움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어 당장 기후위기 대응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전세계가 곧 '생사의 생존투쟁'에 휘말릴 것이라면서 특히 세계 20대 부국들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데 앞장서면서도 충분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무대응으로 인한 업보가 결국 선진국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사람들의 집이 없어진다고 해서 인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국제난민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유엔 국제법위원회는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기후난민'의 법적 지위를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다. 2020년 유엔 인권위원회는 기후위기로 발생한 기후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행위는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날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안보리 공개토의에서 "기후변화와 글로벌 평화·안보의 연관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며 "안보리가 과학자나 지역 기구, 유엔 소속 기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취합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은 올해 태평양 도서국들과 처음으로 다자회의를 주최하는 한편, 탄소 절감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도 늘리고 있다. 황 대사는 "한국은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기 때문에 태평양 도서국들의 우려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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