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기반 확보해 회수선별처리시스템부터 구축해야
부피도 큰 데다 혼합소재여서 소각·매립되는 탓에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침대 폐매트리스. 그런데 폐매트리스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기후변화센터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순환경제를 위한 침대 매트리스 회수 및 재활용 활성화 방안'에서 침대 매트리스의 재활용 현황, 주요국의 매트리스 재활용 산업 동향, 국내 매트리스의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한국수면산업협회(KOSIA)에 따르면 국내 수면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원을 돌파했다. 10년전보다 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수면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침대 매트리스 시장만 놓고보면 2022년 기준 전년대비 20% 성장했다. 사물인터넷(IoT)와도 결합해 수면 질을 높이는 제품들도 개발되고 있어 계속해서 분야와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확대되는 매트리스 시장에 비해 자원순환효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폐매트리스 발생량은 120만개에 달한다. 매트리스의 75%가 스프링 철, 원목, 섬유 부산물 등 재활용 가능 소재임에도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대로 된 통계기반이 없다는 점이다. 통계법상 폐매트리스는 한국환경공단 환경통계정보에 포함돼 있지 않고, 대형폐기물의 하위범주로 지자체에 일임돼 있다. 가장 최근 통계자료는 2016년에 멈춰있는데, 이마저도 불분명한 수치다. 지자체들이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나 인프라가 부족해 폐매트리스의 재활용 및 처분을 대행업체에 맡기고 있는데, 이를 일일이 지자체가 대행업체를 찾아가 수작업으로 통계를 모았기 때문이다.
대행업체가 폐매트리스를 수거했다 하더라도 업자들이 손으로 직접 재활용하는 수준이고, 각 스프링이 개별 포켓에 감싸진 형태로 따로 움직이는 '포켓 스프링'의 경우 손으로 분리하기 불가능에 가까워 통째로 분쇄해 철만 빼고 소각·매립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업자들은 소음과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되지만, 업자들은 마스크 하나에 의존해 작업을 하고 있다.
열악한 국내 현황과 달리 유럽에서는 폐매트리스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유럽연합(EU)은 2035년까지 매트리스를 포함한 도시발생폐기물을 적어도 65%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 시민, 기업이 협력해 소비자도 매트리스 분담금을 지불하고, 정부는 매트리스 재활용 기술 및 에코디자인에 투자해 폐매트리스를 활용한 단열재, 카펫, 재료시장을 1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시켰다.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5대 대형 유통사가 자발적으로 나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작했고, 이후 정부에 의무 시행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매트리스 첨단 분해·재활용 회사 리투어매트리스, 호텔과 협력해 재활용에 용이한 매트리스를 임대하는 니어가 등의 스타트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같은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제조사, 유통업체, 소비자 등 매트리스 이용자들이 재활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앞단에서 국가 차원의 통계 및 법적 체계를 정비한 뒤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해 회수선별처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기반으로 관련 기술, 인프라에 투자해 시장을 조성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에서 패널로 참여한 김경민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서울시나 수도권에서는 폐매트리스를 EPR을 통해 재활용 부과금을 시행하건 순환자원으로 활용하건 어떠한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의무재활용률을 어떻게 법에 녹여낼 것인지 빠른 속도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현자 에이스침대공학연구소 책임은 "사실 폐매트리스 재활용 관련 기술과 공장은 갖춰져 있어 차량 내장재로는 쓰이고 있지만, 이 이상의 사용처가 없어 순환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아무래도 침대, 고급 건축자재에 재활용 소재가 쓰일 경우 이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지 않아 납품을 못하기 때문에 건설쪽 바닥재, 차음재 등 다양한 사용처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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