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상태에 직면한 사람들 '가뭄 난민' 전락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동부아프리카 지역이 4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고 있는 이 가뭄은 이 지역에 있는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 케냐 등의 취약국가들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다국적 기후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아프리카 지역은 2020년 10월 이후 강우량이 예년의 수준을 훨씬 밑돌고 있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40년만에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고 있다. 그나마 내린 비는 국지성 호우여서 홍수로 이어지고 있고, 농사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의 대부분 농업과 목축업에 의존하고 있다.
WWA는 이 지역 가뭄의 원인에 대해 "전적으로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WWA는 "강수량 부족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고온 현상으로 토양과 목초지가 평소보다 훨씬 더 건조해졌다"며 "이에 따라 땅과 식물에서 수분 증발이 증가해 농작물이 더 빠르게 고사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가뭄이라는 진단이다. 기후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후모델 시뮬레이션에서 현재보다 기온이 1.2℃ 낮은 환경에서는 동일한 강수량으로도 가뭄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지역은 3~5월 장마철이 건조해지고 있고, 10~12월 짧은 장마철은 더 습해지는 기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케냐 기상청 수석기상학자 조이스 기무티(Joyce Kimutai)는 "이번 연구는 기후가 계속 따뜻해지면서 주요 장마철의 이상고온과 다년간의 가뭄이 아프리카의 뿔 지역의 식량안보와 인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 위치한 국가들이 선진국에 비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역량이 떨어져 국민들이 더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연구를 주도한 런던 임페리얼대의 프리데리케 오토(Friederike Otto)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취약국가일수록 기후위기 영향을 더 심하게 받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연합(UN)은 이번 가뭄이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거주하는 약 5000만명의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도 1억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2000만명이 현재 심각한 기근에 직면해 있다. 옥스팜(Oxfam)에 따르면 케냐에만 54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심각한 기아 상태에 처해있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220만명 이상의 '가뭄 난민'이 발생했다.
적십자 적신월 기후센터(Red Cross Red Crescent Climate Centre) 셰이크 케인(Cheikh Kane) 고문은 "지속되는 정상 이하의 강수량과 농업에 의존하는 생계, 분쟁 및 내전과 같은 국가의 취약성 등이 결합돼 인도주의적 재앙을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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