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쩍 말라가는 남방참고래...지구온난화로 먹이 부족탓

김나윤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8 17: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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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남방참고래와 새끼고래 (사진=프레드릭 크리스티안센)


지구온난화로 먹이가 줄면서 남방참고래의 몸집이 홀쭉해지고 있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연구팀은 가을에 남아프리카 해안으로 오는 남방참고래의 몸체가 1980년대에 비해 25% 더 가늘어졌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남방참고래는 남극해에서 여름을 나고 남극 주변의 바다가 얼어붙는 6월이 되면 북쪽으로 이동한다. 이들은 여정 내내 먹이활동을 할 수 없어 축적해둔 지방으로 몇 달을 버텨야 한다.

더욱이 고래 대다수가 이동 과정에서 남아프리카 해안에 머물러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는다. 이곳 해안은 수온이 따뜻해 새끼를 기르는데 최적이지만 먹이가 없는 환경이다. 여기서 어미 참고래는 새끼를 먹일 젖을 만드는 데 비축해둔 지방을 사용한다.

따라서 고래들은 이동에 대비해 여름 내내 크릴새우 등의 먹이를 먹어 지방을 비축해야 하는데 최근 해빙이 녹으면서 먹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래의 먹이가 되는 크릴새우는 남극 주변 차가운 물에서 번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연구팀은 수온이 오르면 플랑크톤이 감소해 크릴새우 그리고 고래들의 먹이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프레드릭 크리스티안센(Fredrik Christiansen) 오르후스대학 생태과학부 선임연구원은 "크릴새우가 줄면서 고래가 예전처럼 살이 찌지 않고 있다"며 "남방참고래의 살이 빠지면 새끼고래의 폐사율도 증가해 고래 개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30~40년 전 남방참고래는 평균 3년마다 새끼를 낳았지만 지방비축이 어려워지면서 현재는 그 주기가 5년으로 늘었다고 크리스티안센 연구원은 설명했다. 개체수 증가세가 훨씬 더뎌졌다는 것이다.

태어난 새끼고래들도 몸집이 작아지고 성장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관찰됐다. 작아진 새끼들은 죽을 위험이 높아지며 특히 범고래의 공격에 더 취약하다.

연구팀은 캐나다와 미 북부 해역의 남방참고래 크기도 줄었다고 밝혔다. 계산에 따르면 2019년에 태어난 고래는 1981년 태생보다 다 자랐을 때 평균 1m 더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티안센 연구원은 "어미고래의 지방량은 곧 젖을 통해 새끼고래에게 전달하는 에너지의 양으로 연결된다"며 "어미가 마르면 새끼도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고래의 부피 및 무게는 드론으로 촬영된 사진을 통해 계산됐다. 한때 남방참고래는 14세기 포경으로 멸종위기까지 처했으나 포경의 종식으로 개체수가 회복됐다.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고래는 바다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도 해 전체 해양생태계에 중요하다. 크리스티안센 연구원은 "고래가 죽으면 사체는 가라앉아 뱀장어, 상어, 게, 바닷가재, 벌레, 미생물 등 전체 생태계의 먹이가 된다"며 "고래가 사라지면 연쇄효과가 발생해 먹이사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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