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적자 메우지만 지역경제 활성화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던 전국 컨벤션센터들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수도권 일부를 제외하면 여전히 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뉴스트리는 국내 컨벤션센터 18곳 가운데 7곳의 운영현황을 취재한 결과, 현재 가동률 70%를 넘겨 사실상 풀가동 상태라고 밝힌 곳은 서울 코엑스(COEX)뿐이었다. 나머지 컨벤션센터의 가동률은 대부분 40~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는 지난해 가동률이 55%였다. 지난 2021년 4월 개관한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는 지난해 가동률이 36%였다. 코로나로 2020년 가동률이 6.7%까지 곤두박칠쳤던 대전컨벤션센터(DCC)는 지난해 가동률이 39.9%였고, 올해 가동률을 41%로 추정했다. 지난해 1만㎡에 달하는 2전시장 개관으로 면적이 크게 넓어진 것을 감안한 수치다.
대구 엑스코는 올해 전시장 가동률을 50%로 추정했으며 창원컨벤션센터(CECO)는 올해 전시장 가동률 40% 이상, 회의실은 50%일 것으로 추정했다. CECO는 코로나 직전 60~70%로 포화상태였다가 코로나 시기에 25%로 떨어졌다. CECO 관계자는 "겨울·여름철 장기이벤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는데 코로나 시기 감염에 취약한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기고 관련 행사들이 모조리 취소되면서 20~30%가 빠졌다"고 했다.
부산 벡스코는 올 1~5월 개최건수가 369건으로, 지난해 279건에 비해 비교적 증가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개최건수 489건에는 훨씬 못미치는 실적이다. 안동국제컨벤션센터(ADCO)는 가동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컨벤션센터들은 대체로 가동률 공개를 꺼리고 있다. 가동률 집계방식도 조금씩 달라 정확하게 비교하기 힘들다는 측면도 있고, 전시장 면적의 차이, 내부정보 등을 이유로 들기도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저조한 경영실적이 외부로 알려지길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운영기관인 울산시 관계자는 "전시 가동률을 얘기할 때는 전시장의 특성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며 "업계 전반에서 컨벤션센터 가동률 60~70%를 100%로 보고 있는데 60%를 넘기기란 매우 힘들다"고 짚었다. DJ센터 관계자도 "코로나가 이제야 서서히 종식하는 이 시점에서는 쉽게 가동률을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의 민영 전시컨벤션센터인 수원메쎄, 법인 형태로 운영중인 벡스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컨벤션센터들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고 있다. 가동률이 낮다보니 운영수익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적자를 세금을 메워가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컨벤션센터(DCC)는 운영비 및 회의 유치비, 전시개발비를 통틀어 연간 100억원을 대전시에서 지원받는데 이 중 실제 컨벤션센터 운영비로만 70~80억원이 들어간다. 그에 비해 수입은 지난해 41억원으로, 운영비의 절반도 벌어들이지 못했다. 창원컨벤션센터(CECO)도 지난해 1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코로나 시기에 비해 손실액이 10억원 줄어든 것이다. 국제행사를 많이 유치하는 벡스코 또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엑스코는 흑자를 기록했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운영비는 공개하지 않았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은 앞다퉈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청주 오송에 '청주오스코'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중이고, 천안에도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고양 킨텍스(KINTEX)와 벡스코(BEXCO), DJ센터 등은 증축하고 있다. 전주에서도 컨벤션센터 건립이 논의중이다.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 건립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시장 수익만 놓고 보면 적자지만 각종 전시행사에 외래객 유입이 많아지면서 지역경제 특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컨벤션센터(DCC) 박원기 단장은 "DCC 단일 수익은 지난해 4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역경제에 미친 경제효과는 무려 533억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센터 방문객 43만명이 대전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이어 "모든 컨벤션센터가 직접 수익만 놓고 보면 100% 적자"라며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를 건립하려는 이유는 회의 및 행사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형 전시행사 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만큼 지방 컨벤션센터들은 전시장 규모를 확장하고 외부 편의시설 등을 확충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 가동률이 60~70%에 달했던 킨텍스, 벡스코, DJ센터는 늘어가는 대형 전시·컨벤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회의나 전국회의 개최수요가 있지만 전시장 규모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관계로 대형회의를 유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KTX역 바로 옆에 위치한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지리적으로 유리하지만 주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센터 내 어린이 놀이시설 설치, 비수기와 장기 대관시 대관료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새로 지어진 센터인만큼 장비, 시설 등이 잘 구비돼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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