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차단해 기온 낮추는 '지구공학'은 양날의 검?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3-06-26 15:38:49
  • -
  • +
  • 인쇄
EU집행위 '기후개입' 위험성 공론화
불확실성 걷히면 신성장동력 가능성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등 인위적으로 기후에 개입하는 '지구공학'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국제사회 차원에서 이를 제대로 연구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성명문 초안에 따르면 EU집행위는 오는 28일(현지시간) 태양복사관리(SRM)를 포함한 기후개입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구 및 평가를 촉구할 예정이다.

SRM은 인위적으로 날씨를 바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공학'의 한 갈래로 이미 수십년전부터 구상됐다. 일례로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전세계 평균기온은 2년간 0.3~0.5℃ 떨어졌다. 이 점에 착안해 지표면으로부터 20~25km 떨어진 성층권에 대규모 유황가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화산폭발을 재현해 기온을 낮추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또 적외선을 대량 흡수하는 권층운(새털구름)을 소멸시켜 지표면의 열을 대기권 밖으로 배출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공학' 도입을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유황가스가 오존층을 감소시킬 수 있고, 탄소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각국 정부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국지적으로 일사량을 줄이거나 구름의 생성 및 소멸에 영향을 줄 경우 지구 전체의 물 순환 주기가 바뀔 위험성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이 빚어지거나 비용 문제로 지구공학 사업이 중단될 경우 지구온난화가 되레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친 개발도상국의 입장은 다르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전례없는 물난리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이에 개도국들은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이상기후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온난화라는 '암덩이'를 제거하려면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UNEP는 지구공학을 단기간에 기온을 냉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술적 대안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구공학에 대한 수요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고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스위스를 필두로 한국, 멕시코, 부르키나파소 등 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국제평가기준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EU집행위는 범국가차원에서 지구공학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침까지 논의될 지는 미지수지만, 지구공학의 위험성 평가 및 연구용역을 통해 첫단추를 꿰겠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구공학의 불확실성이 걷히게 되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에 기후변화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독립연구기관 퍼스펙티브스(Perspectives) 마티아스 호네거 수석연구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이 마음만 먹으면 수년내 도입할 수 있는 방안들"이라며 "다만 현행 연구들의 방향이 대부분 기후영향으로 계속 늘어가는 피해와 고통을 줄이는 데 있어 효능이 아닌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하나금융, 가정의 달 맞이 '취약계층 아동' 문화체험 봉사

하나금융그룹이 가정의 달을 맞아 '취약계층 아동 문화체험' 봉사활동을 실시했다고 19일 밝혔다.이번 봉사활동은 지역아동센터 아동들과 보호자 80여

우리금융, 다문화자녀를 위한 '우리아트스쿨' 참여기관 모집

우리금융이 '2025년 우리아트스쿨'에서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미술교육을 진행할 기관을 모집한다.우리금융그룹의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다문화자녀

패션업계 그린워싱 잡는다…공정위, 자라·미쏘·스파오 등 제재

패션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친환경적인 표현을 쓰며 거짓 광고를 하는 이른바 '그린워싱' 혐의로 잇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공정위는 표

국내 제조사 62.7% "탄소중립 정책은 규제"로 인식

국내 제조업 3곳 중 2곳은 현행 탄소중립 정책을 규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경제인협회에서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우리은행, 공공기관과 손잡고 '자립준비청년' 지원한다

우리은행이 공공기관과 자립준비청년 지원에 나선다.우리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자활복지개발원과 함께 '취약청년의 자립지원을 위한 업무협약

코오롱ENP, 영종도 용유해변을 '반려해변'으로 입양

코오롱ENP가 인천 영종도 용유해변을 반려해변으로 입양하고 해양 생태계 보호 활동에 나섰다. 코오롱ENP는 14일 임직원 40명과 함께 첫 공식 반려해변

기후/환경

+

"올해 전기차 판매 2천만대 돌파예상...신차 판매 25% 차지"

올해 전기차는 신차 판매량의 25%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14일(현지시간) '2025년 세계 전기차 전망 보고서'(Global EV Outloo

지구 9가지 한계선 중 6가지 '위험상태'...되돌릴 5가지 방법은?

인류 생존을 위한 지구는 이미 한계선을 넘어 위험한 상태지만,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친다면 지구를 2015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

남성 온실가스 배출량 여성보다 26% 많다...이유는?

여성보다 남성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요인이 자동차 운전과 육류 섭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온딘 버

작년 우주쓰레기 3000개 발생…매일 3개씩 지구로 추락

지난해 우주에서 발생한 인공위성 잔해물이나 발사체 파편 등 '우주쓰레기'가 3000개 이상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우주쓰레기 가운데 하루평균 3개

[새 정부에게 바란다] "화석연료 퇴출...확실한 로드맵 필요"

올 3월 역대급 산불피해가 발생했듯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를 국

훼손된 산림 회복속도 길어진다..."기온상승과 수분부족탓"

나무가 훼손된 산림이 기온상승과 강수량 부족 등으로 회복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와 미국 콜로라도주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