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걷히면 신성장동력 가능성
태양광을 반사하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등 인위적으로 기후에 개입하는 '지구공학'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한 가운데 국제사회 차원에서 이를 제대로 연구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성명문 초안에 따르면 EU집행위는 오는 28일(현지시간) 태양복사관리(SRM)를 포함한 기후개입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연구 및 평가를 촉구할 예정이다.
SRM은 인위적으로 날씨를 바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지구공학'의 한 갈래로 이미 수십년전부터 구상됐다. 일례로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지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전세계 평균기온은 2년간 0.3~0.5℃ 떨어졌다. 이 점에 착안해 지표면으로부터 20~25km 떨어진 성층권에 대규모 유황가스를 뿌리는 방식으로 화산폭발을 재현해 기온을 낮추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또 적외선을 대량 흡수하는 권층운(새털구름)을 소멸시켜 지표면의 열을 대기권 밖으로 배출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지구공학' 도입을 놓고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유황가스가 오존층을 감소시킬 수 있고, 탄소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각국 정부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국지적으로 일사량을 줄이거나 구름의 생성 및 소멸에 영향을 줄 경우 지구 전체의 물 순환 주기가 바뀔 위험성도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갈등이 빚어지거나 비용 문제로 지구공학 사업이 중단될 경우 지구온난화가 되레 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친 개발도상국의 입장은 다르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전례없는 물난리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이에 개도국들은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는 이상기후가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당장 온난화라는 '암덩이'를 제거하려면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UNEP는 지구공학을 단기간에 기온을 냉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기술적 대안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구공학에 대한 수요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규제하고 관리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스위스를 필두로 한국, 멕시코, 부르키나파소 등 지구공학 기술에 대한 국제평가기준을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EU집행위는 범국가차원에서 지구공학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지침까지 논의될 지는 미지수지만, 지구공학의 위험성 평가 및 연구용역을 통해 첫단추를 꿰겠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구공학의 불확실성이 걷히게 되면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엔에 기후변화 관련 자문을 제공하는 독립연구기관 퍼스펙티브스(Perspectives) 마티아스 호네거 수석연구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이 마음만 먹으면 수년내 도입할 수 있는 방안들"이라며 "다만 현행 연구들의 방향이 대부분 기후영향으로 계속 늘어가는 피해와 고통을 줄이는 데 있어 효능이 아닌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는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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