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리비아가 열대성 폭풍 '다니엘' 영향으로 쏟아진 폭우로 2개의 댐이 붕괴되면서 도시 전체가 물에 휩쓸려 사라졌다.
리비아의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다니엘'로 단기간에 442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고, 이로 인해 외곽에 있는 댐 2곳이 무너지면서 대홍수가 발생했다. 엄청난 양의 물이 도시 전체를 휩쓸면서 4만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고, 1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발견된 사망자만 5300명이 넘었다.
흙탕물은 도로와 집을 집어삼켰고, 거리는 밀려드는 물로 강으로 변했다. 집과 자동차는 속절없이 떠내려갔고, 사람들도 휩쓸려갔다. 도시 전체가 물에 휩쓸리면서 바다로 떠내려간 시신들이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이 빠진 거리엔 시신들이 즐비했고, 건물에 깔려있는 시신들도 많았다. 수습한 시신이 수천구에 달하면서 굴착기를 동원해 시신을 무더기로 매장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중해에서는 한해 두세차례씩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노후한 기반시설이 이를 버티지 못했다. 또 데르나 외곽에 위치한 댐 2곳이 연달아 무너지면서 붉은 흙탕물이 순식간에 도시의 건물과 차량들 그리고 사람들을 덮쳤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으로 '기후변화'와 '정치혼란'이 꼽았다.
기후전문가들은 "지중해 동부와 대서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2~3℃가량 높아지면서 강수량이 더욱 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열대성 저기압은 수온이 따뜻할수록 더 큰 위력을 갖는다. 앞서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는 올해가 인류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현재 리비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여서 기반시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참사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리비아는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 국민군과 서부 통합정부가 대립하는 무정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무너진 댐들도 그동안 전문가들이 보수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곳이다. 심지어 지난해 한 학술지에 "큰 홍수가 발생할 경우 댐 2곳 중 하나가 터지면서 데르나 주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영국 오픈대학 환경시스템공학자 레슬리 메이본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로 극단적 기상현상이 잦아지고 강해지고 있다"며 "이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사회·정치·경제적 요인에 의해 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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