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경주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진원지 인근에 위치한 월성원자력발전소 격납건물에 내진 성능이 없는 '부적합 앵커볼트' 수천개가 설치됐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됐다.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후원전 안전 부실 문제를 공개했다. 이날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보면 월성원전 전체 원자로의 격납건물에는 지진과 같은 외부 충격으로 인한 하중을 견딜 수 없는 '비내진 앵커볼트'로 고정된 기기가 격납건물 1곳당 약 300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앵커볼트는 원전에 설치되는 모든 기기 및 설비를 바닥, 벽체, 상부 등에 고정하기 위한 부품으로 각종 충격에 대한 사고 예방·완화를 위해 안전설비들을 고정하는 데 사용되는 앵커볼트는 내진 성능 같은 안전등급을 충족해야 한다.
실제 월성원전 3호기 격납건물의 경우 전체 353개 중 21개 기기만 내진 앵커볼트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월성원전은 같은 설계로 시공됐기 때문에 월성 1, 2, 4호기도 유사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 격납건물은 원자로가 폭발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설비다.
원전 안전 관리 종사자였음을 밝힌 제보자는 "수년 간 앵커볼트 문제의 조치를 요구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2015년부터 관련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규제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설계도면에서 요구한 길이를 만족하지 못하는 이른바 불량 앵커볼트가 1000여개나 나오기도 했다. 2018년 당시 검사를 진행했던 13개 가동 원전의 전체 앵커볼트 1만2000여개 가운데 약 10%가 설계 기준 미달인 셈이다. 또한 재질이 확인되지 않은 앵커도 약 3300여개에 달했다.
김 의원은 "월성원전 격납건물에 비내진 앵커볼트가 시공됐다는 점은 지진 등 유사상황 발생 시 각종 설비가 고정된 자리를 이탈하며 콘크리트 매입 부위에 균열을 만드는 등의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제보된 사항과 관련된 국내 모든 원전 앵커볼트의 부적합 여부를 철저히 전수조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안전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원안위 관계자는 "2017년 월성 3호기 정기검사에서 문제제기가 이뤄졌던 부분"이라며 "원자로를 설계한 캐나다 규제 당국에도 안정성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문제가 발견됐는데도 불구하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건 원자력안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는 "국내 원전 14기의 부적합 앵커볼트와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설 문제는 한국 원자력 규제기관과 원전 운영 사업자의 처참한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며 "운영허가 기준을 미달하는 노후원전은 신속한 수명연장이 아니라 안전한 폐로를 목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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