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만종 후보물질 중 80시간만에 추려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특성을 지닌 후보물질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사람이 직접 합성하고 실험하면 수백년 이상 걸릴 일을 AI와 양자컴퓨터가 단 수십시간만에 적합한 물질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AI를 통한 과학적 발견'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9일(현지시간) MS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PNNL)와 함께 리튬 사용량을 70%가량 줄일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 'N2116'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N2116' 전해질로 만든 배터리 시제품으로 전구에 불을 밝히는데까지 성공했다.
'N2116'은 리튬과 나트륨이 섞인 신소재 물질로, 기존 리튬배터리에 비해 리튬은 30% 비중이고 나머지는 나트륨이다. 리튬은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물과 에너지를 소비하고, 독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데다 수요가 지나치게 높아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리튬 함량을 대폭 낮춘 배터리는 자원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게다가 'N2116' 전해질은 액체가 아니라 고체상태다. 따라서 기존 리튬배터리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리튬은 에너지밀도가 높아 고속 충·방전에 유리하지만, 휘발성 액체 전해질 상태일 때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연구가 의미있는 이유는 신소재를 찾아내는데 AI가 활용됐다는 사실이다. MS는 지난해 6월 선보인 양자컴퓨터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 퀀텀 엘리먼트'(AQE)를 이번 연구에 적극 활용했다. AQE는 초고성능 컴퓨터(HPC)와 AI, 양자컴퓨터를 통합한 서비스로, 화학·신소재 탐색에 특화된 기능을 갖추고 있다.
AQE가 신소재를 찾아내는 과정은 이랬다. 연구팀이 AQE에 리튬 함량이 낮은 배터리 소재를 찾도록 명령하자, AQE는 순식간의 3200만종의 후보물질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안정성이 확보된 물질을 50만종 추려냈다. 연구팀이 에너지 전도율, 상용화 가능성 등의 필터를 적용하자 후보물질은 23종으로 다시 추려졌고, 여기서 이미 알려진 5종 물질을 제외한 18종 신규 물질 가운데 'N2116'이 최종후보로 선정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80시간에 불과했다.
MS 양자개발을 총괄하는 크리스타 스보어 박사는 "우리 목표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250년 걸릴 화학소재 분야의 과학적 진보를 25년으로 줄이는 일"이라며 "이번 연구결과로 확인할 수 있듯이 AI와 HPC가 과학적 발견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