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개 대기업 0.4%만이 '생활임금' 지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세계 5대 부자는 자산을 2배 이상 증식한 반면, 하위 50억명은 더 가난해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졌다.
15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다보스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한 '불평등 주식회사'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발생한 극심한 부의 증가가 이제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과 3년만에 우리는 전세계적인 팬데믹, 전쟁, 생계비 위기, 기후붕괴를 모두 겪고 있다"며 이로써 부유층과 빈곤층, 소수와 다수의 격차가 더욱 커지는 '분열의 10년'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5명의 자산은 2020년 4050억달러(약 532조6000억원)에서 2023년 11월 8690억달러(약 1142조7000억원)로 갑절 이상 늘었다. 3년동안 이들의 자산은 시간당 1400만달러(약 184억1000만원)씩 늘어난 셈이다.
전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도 이 기간동안 34% 증가해 3조3000억달러(약 4339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들의 자산 증가속도는 물가 상승률보다 3배 빨랐다. 반면 전세계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자산 하위 50억명은 더욱 가난해졌다. 세계 노동자 7억9100만명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는 임금 상승으로 지난 2년간 1조5000억달러(약 1972조5000억원)의 손실을 겪었다. 이 손실규모는 노동자 1명의 한달 임금과 맞먹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10년 안에 사상 최초로 '조만장자'가 탄생하고, 빈곤은 앞으로 230년동안 근절되지 않는다는 전망이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임시총재는 "이러한 불평등은 우연이 아니다"며 "억만장자가 소유한 기업들은 다수를 희생시키면서 그들에게 더 많은 부를 제공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창출된 부는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있다. 세계 상위 148개 기업의 2023년 상반기까지 순이익은 총 1조8000억달러(약 2369조원)로, 앞선 4개년 평균 순이익보다 52%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7월~2023년 6월, 96개 대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의 82%는 '슈퍼리치' 대주주들에게 배분됐다. 또 1600개 대기업 가운데 0.4%만 최저임금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하는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팜은 근본적으로 기업에 힘이 지나치게 쏠리는 독점 구조를 손봐야만 해결될 문제라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독점 구조를 기반으로 '조세와의 전쟁'을 통해 최근 수십년간 실효 법인세율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공공부문을 끊임없이 민영화하고 있다.
베하르 임시총재는 "독점은 혁신을 저해하고 근로자와 중소기업을 무너뜨린다"며 "우리는 제약 독점이 어떻게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빼앗고, 백신 인종차별 정책을 만들며, 새로운 억만장자 클럽을 만들어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불평등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독점을 타파하고, 특허 규정을 민주화하는 등 기업 권력을 억제하기 위해 생활임금 보장, CEO 급여 상한선, 초과 이윤세 등 슈퍼리치와 기업에 대한 새로운 세금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례로 전세계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에 대한 부유세는 연간 2조5000억달러(3283조8250억원)를 창출할 수 있다. 보고서는 "민주적으로 소유된 기업은 이익을 더 효과적으로 균등화한다"며 "역동적이고 효과적인 국가는 기업의 극심한 권력을 막는 최고의 보루"며 각국 정부가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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