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인증 없으면 직구금지" 칼 빼든 정부...소비자는 뿔났다

조인준 기자 / 기사승인 : 2024-05-17 14:32:53
  • -
  • +
  • 인쇄
▲해외에서 들어온 물품으로 가득한 인천공항세관 특송물류센터(사진=연합뉴스)

정부가 'KC인증'을 받지 않은 80개 품목의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금지시킨데 대해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온라인커머스를 통해 구입한 제품들의 유해성 논란이 일자, 정부가 이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저가에 제품을 구매해왔던 소비자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직구금지에 '중간 유통업자만 배불리는 꼴'이라고 비판하며, 규제반대 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정부가 지난 16일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직구금지를 결정한 품목은 소비자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유아·어린이용 유아차, 장난감, 물놀이 기수 등 34개 품목과 화재·감전 등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큰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 생활화학제품 12개 품목 등이다. 모두 합치면 80개 품목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부품용 배터리를 비롯해 아동용 물품, 가습기, 전자 케이블 등이 모두 포함된다.

실제로 알리와 테무 등을 통해 직구로 국내 들어오는 초저가 제품들 가운데 유아와 어린이용품 등에서 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이 검출된 바 있다. 최근 어린이용 머리띠에서도 유해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저가 직구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중금속이나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함유돼 있는 등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칼을 빼든 것이다. 

국내 수입절차를 제대로 거친 제품은 안전성을 입증하는 국가통합인증마크(KC마크)를 받고 국내 유통되고 있다. 이 인증마크를 획득하려면 최소 1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알리와 테무를 통해 직구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의 대부분은 이 마크가 없다. 그만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전인증을 받았더라도 유해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하는 조처도 함께 시행된다. 피부에 직접 닿는 화장품·위생용품은 1050종의 사용금지 원료를 포함했는지 검사해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국내 반입을 금지한다. 장신구와 생활화학제품 등도 모니터링과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유해 물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제품은 국내 반입을 차단한다. 이같은 조치는 올 6월중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의 직구금지 규제가 발표되자,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PC, 전자기기 등을 주로 구매하는 테크관련 취미를 가진 이들이나 에어소프트건(모형 총), 레고, 피규어 등의 취미를 즐기는 '키덜트'(키즈+어덜트) 소비자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완구와 전기, 전자 제품 및 부품 전체가 규제대상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통마진없이 조금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은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내 정식 수입된 물품은 동일한 물품인데도 해외보다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중간유통을 거치면서 그만큼 마진이 더 붙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10배 가까이 가격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직구로 몰려들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직구가 값싸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셈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직구를 선호하면서 국내 유통사들도 판매가를 낮추려는 경향도 보였다. 그런데 정부가 직구를 원천봉쇄하면 유통업체들이 '가격담합'을 해도 소비자들이 이를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다.

KC인증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안전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정작 KC인증을 받은 제품들에서도 유해물질이 나오거나 폭발 사고가 일어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내에 17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이 된 건 KC인증을 받은 제품이었고, 갤럭시 노트7 배터리 폭발 사고, 천궁 파워서플라이 폭발 사고 등을 일으킨 제품들도 모두 KC인증 제품이었다.

▲해외직구 규제를 반대하는 국민청원 (사진=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들 사이에서 직구금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도 "중국산 유해물질 막으랬더니 싹 다 막아버렸다",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업자만 보호하고 있네", "이정도면 진짜 갈라파고스 아닌가" 등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들은 이번 조처가 중국 플랫폼에 어질러진 유통질서가 바로잡하길 기대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해외 판매자에게 KC인증을 강제할 수단도 없을 뿐더러 국내통관 과정에서 KC인증이 없는 물품을 걸러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통관시스템을 개선하고 인력을 대폭 늘려도 사전에 위해물품을 다 잡아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규제 실효성을 높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

뉴스트리 SNS

  • 뉴스트리 네이버 블로그
  • 뉴스트리 네이버 포스트
  • 뉴스트리 유튜브
  • 뉴스트리 페이스북
  • 뉴스트리 인스타그램
  • 뉴스트리 트위터

핫이슈

+

Video

+

ESG

+

노동부 칼 빼들었다...'런베뮤' 지점과 계열사도 근로감독

고용노동부가 과로사 의혹이 불거진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모든 지점과 운영사인 엘비엠의 계열사까지 근로감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런던베이글

SPC 허진수-허희수 형제 '나란히 승진'...경영승계 '속도낸다'

SPC그룹은 허진수 사장을 부회장으로, 허희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하면서 3세 경영승계 작업을 가속화했다.4일 SPC그룹은 이같은 인사단행

英자산운용사, HLB에 2069억 투자…"신약허가 모멘텀 탄력 기대"

영국계 글로벌 자산운용사 LMR파트너스가 HLB그룹에 1억4500만달러(약 2069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진행한다. HLB의 간암신약 재신청과 담관암 신약허가

인적분할 완료한 삼성바이오...'순수CDMO' 도약 발판 마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인적분할 절차를 마치고, 본연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순수(Pure-play) CDMO'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다고 3일 밝

[ESG;NOW] 재생에너지 12% 롯데칠성...목표달성 가능할까?

우리나라 대표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6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025년을 두달 남겨놓고 있는 현 시점

CJ제일제당, 유럽 인조잔디에 '생분해 플라스틱' 공급

CJ제일제당이 유럽서 생산되는 인조잔디 충전재에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공급한다.CJ제일제당은 스웨덴 바이오소재 컴파운딩 기업 'BIQ머티리얼

기후/환경

+

국제기후기금 97%는 기술에 '몰빵'...사회적 지원은 '찔끔'

국제적으로 조성된 기후기금의 97%는 기술투자에 투입됐고, 사람과 지역사회를 위한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3일(현지시간) 영국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IPCC 보고서 개요에 韓 입장 반영

2027년 발간될 'IPCC 기후변화 보고서'에 갯벌도 탄소흡수원으로 포함된다.유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2027년 발간할 '이산화탄소 제거와

두달새 8㎞ 사라졌다...10배 빨리 녹고있는 남극 빙하

남극반도 동부의 헥토리아 빙하(Hektoria Glacier)가 기존에 관측된 최고 속도보다 10배 빠르게 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4일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학 나

엑손모빌, 기후변화 부정여론 확산에 금전 살포 '발각'

석유대기업 엑손모빌이 라틴아메리카 단체들에게 금전을 살포하면서 기후변화 부정 여론을 퍼뜨린 사실이 발각됐다.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익

기후리더십 美→中으로 전환?...10일 개막 'COP30' 관전포인트

이달 10일~21일 브라질 베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은 무엇일까.올해 회의의 핵심 아젠다는

또 새벽에 '흔들'...아프간 규모 6.3 지진에 주택 '와르르'

9월과 10월에 세차례에 걸쳐 지진이 발생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11월 초부터 또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했다.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3일(현지시

에너지

+

순환경제

+

오피니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