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일방적인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로 사업손실을 본 기업들이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손배소송에 나섰다.
26일 한국조폐공사와 인쇄업계 등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 납품입찰을 맺은 인쇄업체 2곳과 배송업 1곳이 공사를 상대로 7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3개 기업은 일회용컵에 붙일 바코드 라벨(스티커) 20억장·80억원 상당을 제작해 전국에 배송하기로 공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발주량은 계약물량의 3.2%인 6400여만장에 그쳤다. 80억원의 납품계약 가운데 3억원만 실제로 납품한 것이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 2022년 11월 24일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제도 시행을 20여일 앞두고 돌연 단속을 유보하면서 이 사업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64억원에 달하는 투자손실을 떠안게 됐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식당 등에서 음료를 일회용컵으로 제공받을 때, 소비자가 300원의 보증금을 더 지불하고 이후 컵을 반납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보증금 반환 여부 확인을 위해 일회용컵에는 별도의 바코드 라벨을 붙여야 했다.
이에 맞춰 매년 20억장, 약 80억원 상당의 라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해 한국조폐공사는 조달청 나라장터 입찰시스템을 통해 광주 A업체와 60억원 규모, 충남 천안 B업체와 나머지 20억원 규모의 바코드 라벨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물류업체도 연간 택배 20여만건 계약을 4억8000만원에 체결했던 것이다.
인쇄업체에 따르면 물량을 맞추기 위해 A업체는 약 40억원을 선투자해 장비 10여대를 구입하고, 인력을 충원했으며 B업체도 장비와 인력 확보에 23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더해 정부와 '지체보상 약정'을 조건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생산량을 맞추려고 다른 거래처와의 계약을 끊기도 했다. 지체보상 약정이란 하루에 일정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무는 약정이다. 물류업체도 조폐공사의 재고관리 시스템과 연동된 배송시스템 구축에 1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처럼 3개사는 64억원을 투자했지만 정작 납품한 실적은 3억원에 그쳤던 것이다. 인쇄업체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납품계약조건을 맞추기 위해 우리는 다른 일을 모두 중단하고 여기에 집중했다"며 "지금은 매달 1000만원이 넘는 은행이자 갚는 것도 버겁다"고 호소했다.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75억원의 손배소송에 나선 3개사는 최초 입찰계약 규모대로 잔금을 손실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조폐공사는 환경부 정책이 바뀐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귀책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따른 투자손실은 결국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지게 됐다.
Copyright @ NEWSTRE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