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바투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당사국들은 국가간 탄소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탄소시장'을 위한 세부지침을 승인했다.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 개막 첫날인 11일(현지시간) 당사국들이 이같이 합의함에 따라 기후회담 초반부터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기후회담이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뒤집힌 것이다.
묵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은 "제도 확립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날 합의는 긍정적인 추진력이며 타협의 정신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탄소배출권은 국가나 기업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체가 산림 보호나 조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저감한 온실가스의 양을 배출권으로 바꿔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규정은 국가가 온실가스를 감축하거나 배출을 방지하기 위한 배출권을 구매하고 자국의 배출량 목표를 향한 진행 상황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있어 마지막 관문이었다.
국제사회는 이미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6조를 통해 국가간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지만 각국 정부는 10년 가까이 이를 위한 세부이행 지침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올해 탄소시장에서 진전을 이루라는 압박이 거세지자, 국가들이 탄소 시장 운영을 위한 다수의 세부지침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 따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가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본격 열릴 전망이다. '국제탄소시장'은 국가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모두 개방되며, 탄소배출권 거래 관련 세부사항은 COP29가 열리는 기간 내에 다뤄질 예정이다.
다만 탄소배출권 시장을 둘러싼 찬반 논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 시장이 기후기금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대하는 쪽에서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기업 이권과 연결되면서 이 개념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린다고 비판한다.
그동안 탄소배출권 획득을 위해 실행된 프로젝트 상당수가 실제로는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거나 프로젝트 자체가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 개발도상국에 산림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원주민이 거주지를 잃게 되는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직 탄소 시장이 완전히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일부 핵심 규정은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비영리단체 '탄소시장감시'(Carbon Market Watch)의 정책 전문가인 이사 멀더는 정상회담 첫날에 논의없이 규칙을 채택한 것은 유엔기후회담 과정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며 "소위 뒷거래로 COP29를 시작하는 것은 투명성과 적절한 거버넌스에 대한 나쁜 선례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온실가스 절감을 위해 이뤄진 프로젝트가 실패했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등을 포함해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에리카 레넌은 "우리는 탄소시장의 효과가 없는 상황을 계속해서 보았고, 인권을 침해하는 시장 프로젝트도 보았다"며 "이러한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파리협정의 성실성을 완전히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이 다시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할지의 여부도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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