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생산에 따른 탄소배출량이 일본과 대만을 합친 것과 비슷할 정도로 높아, 앞으로 저탄소 전환 대응 차원에서라도 한국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서 생산감축을 지지하는데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뽑는 연대)가 19일 공개한 '석유화학업계 플라스틱 공급과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3개국의 연간 플라스틱 원료 생산능력은 4199만톤이며, 이에 따른 탄소배출량은 9993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플라스틱 원료 생산능력은 1992만톤으로 3국 중 가장 많았다. 일본의 생산능력은 1304만톤이고, 대만은 902만톤이다. 이에 따른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4955만톤으로 3개국의 거의 절반에 달한다. 일본의 탄소배출량은 2760만톤이고, 대만은 2277만톤이다. 한국과 대만이 일본보다 탄소집약도가 높은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고 있어서 탄소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플라스틱 생산능력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 기업 중 7개가 한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대만 포모사, 3위인 일본 미쓰이화학과 10위인 미쓰비시를 제외하면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LG화학, DL, 효성화학, SK이노베이션, 대한유화 모두 한국기업이다.
플뿌리연대는 이를 근거로 "한국이 환경적 책임과 경제적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은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체 수명주기에 걸쳐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8~4.5%를 차지하는데, 이 가운데 85%가 원료 생산단계에서 배출된다. 특히 전세계 플라스틱 원료 생산능력에서 한국, 일본, 대만은 각각 5%, 3%, 3%를 차지한다. 게다가 10억달러가 넘는 2010~2020년 전세계 석유화학 업계의 설비투자(CAPEX) 가운데 4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는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만큼 탄소배출량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석유화학 업계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경영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합병, 규모축소, 설비폐쇄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2억2382만톤에 달했으나 실제 수요량은 1억7653만톤에 그쳤다. 앞으로 저탄소 전환 및 재활용 소재 사용이 확대되면 플라스틱 수요는 더 빠르게 감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플뿌리연대는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에서 우리 정부가 플라스틱 원료 생산감축을 포함한 강력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안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서울환경연합 이민호 기후행동팀장은 "석유화학 및 정유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14.8%를 차지한다"며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탈탄소화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시아 플라스틱 캠페인을 맡고 있는 그린피스의 아비게일 아길라르 활동가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협상회의에서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 참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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