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113년 이래 2024년이 가장 더웠다.
9일 기상청은 지난해 연평균 기온이 평년(1991∼2020년 평균) 연평균 기온 12.5℃보다 2℃ 높은 14.5℃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부터 따지면 52년 이래 가장 높았다. 지난 2023년에도 연평균 기온 13.7℃로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는데 이 신기록을 1년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기상청은 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1900년대 초부터 기상관측을 시작한 6개 지점만 두고 연평균 기온을 산출해도 2024년 연평균 기온이 '역대 1위'라고 했다. 6개 지점 가운데 가장 늦게 기상관측을 시작한 강릉에서 관측을 시작한 때가 1911년인데, 이 기준으로 따지면 113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사실 이같은 결과는 예고됐다. 지난해 1월~12월까지 12개월 모두 월평균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돌았다. 특히 9월은 월평균기온이 24.7℃에 달해 '가을폭염'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평년기온보다 무려 4.2℃나 높았던 것이다.
'열대야' 일수(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도 24.5일로 평년 6.6일보다 3.7배나 높았다. 1973년 이래 가장 많다. 폭염일수(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는 30.1일이었다. 이는 역대 2위지만 평년 11.0일보다 2.7배 많았다.
2024년 기록적 더위의 원인으로 뜨거워진 바다가 지목됐다.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8.6℃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 17.3℃을 1.3℃나 웃돌았다.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높았다. 9월은 해수면 온도가 27.4℃까지 치솟아 10년 평균 24.2℃보다 3.2℃나 높았다. 달궈진 바다는 바다를 지나는 바람을 데워 더위를 부추긴 것이다.
우리나라 해역뿐 아니라 북서태평양과 북인도양도 해수면 온도가 높았는데, 이는 각각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을 강하게 발달시켰다. 티베트쪽 눈덮임이 적었던 점도 티베트고기압 발달에 일조했다. 그 결과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으면서 9월까지 '최악의 더위'가 이어졌다.
지난해 강수량은 1414.6㎜로 평년과 비슷했다. 하지만 강수 양상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통상 비가 적게 오는 2월 강수량이 102.6㎜로 평년 강수량(35.7㎜)의 3배 가까이 됐고, 일반적으로는 비가 많이 오는 8월 강수량은 87.3㎜로, 평년 강수량 282.6㎜의 3분의 1에도 못미쳤다. 2월 강수량이 8월 강수량보다 많은 연도는 1973년이었다.
2월의 많은 비와 8월의 적은 비 원인도 모두 뜨거운 바다에서 기인됐다. 지난해 2월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 대류활동이 활발해지며 인도양 쪽에 고기압이 발달했고, 그 영향이 대기파동(대기 중 에너지가 전파되는 현상)으로 전달돼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했다.
우리나라 동쪽 고기압은 차가운 대륙고기압 남하를 저지했고, 결국 우리나라는 따뜻한 고기압과 찬 고기압 사이에 놓이게 됐다. 두 고기압 사이 저기압이 발달하고 고온다습한 남풍까지 불어들면서 2월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8월은 뜨거운 바다 때문에 왕성해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뒤덮어 맑은 날이 지속하며 가물었다. 지난해 여름철 내린 비(602.7㎜) 중 78.8%(474.8㎜)가 장마철에 내린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장마철 강수 집중도가 이렇게 높은 적도 1973년 이래 처음이다.
비가 내릴 때 매우 거세게 쏟아진 점도 특징이다. 7월부터 9월까지 16개 관측지점에서 1시간에 100㎜ 이상 비가 왔고 특히 7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는 1시간 동안 146㎜의 폭우가 내렸다. 11월에는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서울(11월 28일 일최심적설 28.6㎝)과 인천(26.0㎝), 경기 수원(43.0㎝)에서 11월 일최심적설 최곳값이 갱신됐다.
이 폭설도 서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뜨거워 찬 공기가 남하할 때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눈구름대가 잘 발달했기 때문이었다.
기상청은 지난해 기후특성을 담은 보고서를 2월말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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