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산불로 인해 캘리포니아 보험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째 이어지는 산불로 인해 피해건물만 1만여채가 훌쩍 넘고 있는 데다, 아직도 산불이 완전히 진화되지 못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7일(현지시간) 태평양 해안에 인접해 있는 LA의 부촌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가장 먼저 시작돼 12일 현재까지 5일째 이어지고 있다. 계절성 돌풍 '샌티애나'가 불길을 더 확산시키면서 산불은 LA 인근 4~5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산불 피해면적은 156.3평방킬로미터(㎢)로 서울 면적의 4분의 1이 넘었고, 주택 등 건물 1만2000여채가 파괴됐다.
피해가 확대되면서 사후 복구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보험업계 분석가들은 전체 손실액이 아무리 낮게 잡아도 73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대형 금융사 웰스파고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약 88조416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업용 기상예측 사이트 아큐웨더는 손실액이 약 199조원에서 최대 2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이번 산불로 보험 손실액이 가장 큰 보험사로 올스테이트와 처브, 트래블러스코스 등 3개사를 꼽았다. 이 3개사가 캘리포니아 주택소유자 보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특히 처브는 순자산이 많은 보험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화재의 주된 피해지역이 대부분 부촌이라는 점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몇 보험사에 부담이 치중되면서 청구금액을 보상하지 못하고 파산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보험시장 점유율이 일부 보험사로 몰린 이유는 최근 수년간 미국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를 '탈출'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보험국(CDI)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0~2022년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거부한 주택보험 계약은 280만건에 달한다. 여기엔 산불 피해가 큰 LA 카운티 지역 보험계약이 53만1000건이나 포함됐다.
캘리포니아주 주택보험의 21%를 점유하고 있던 대형보험사 스테이트팜은 지난해 5월부터 캘리포니아주 주택 보험 신규 가입과 갱신을 거부했고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에서만 7만2000개 보험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로 인해 점유율이 거의 70%나 감소했다. 이밖에도 도키오 마린 아메리카 보험과 트랜스퍼시픽은 2020년부터 점차적으로 캘리포니아에 보험서비스를 축소 및 중단했다.
보험사들의 캘리포니아 기피 현상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갈수록 기상이변으로 인한 산불, 홍수, 폭풍의 발생 확률과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보상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을 제외하고도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피해가 큰 산불 상위 20건 중 15건이 2015년 이후 발생한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주택가치가 높은 반면 덤불이 우거진 산타모니카 산맥 옆에 있어 화재에 취약하다"며 "보험사가 돈을 잃지 않고는 허용 가능한 요율로 보험을 제공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 보험국(CDI)은 산불의 영향을 받은 특정지역에서 보험사가 주택소유자 보험을 취소 및 갱신하는 것을 1년간 의무적으로 유예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는 막대한 청구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기 위해 보험사가 보험금을 높여 갱신하거나 피해 예상 지역의 보험을 일찌감치 취소하려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피해 지역 주민들에 대한 구제책이지만 일각에서는 "모든 부담을 보험사가 부담하게끔 하는 정책"이라며 "보험사들이 청구 금액을 버티지 못하고 파산하면 더 많은 이들이 보험 사각 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전 보험국장이자 UC버클리대학 데이브 존스 교수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화석연료와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다루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보험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 나라에서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미래로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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