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인접국 캐나다와 멕시코뿐 아니라 유럽연합(EU)와 일본 등 전세계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트럼프발 관세부과에 불똥을 맞은 국가들은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하는 등 대응조치에 나서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미국 관세에 대한 대응 조치로 약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4월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구체적인 관세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포고문에 따라 이날 0시 1분부터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원자재와 파생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것에 따른 보복이다. 또 각국과 합의하고 적용해온 예외와 관세 면제도 전부 폐기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EU 관세 부과로 약 1500억달러(약 218조원) 상당의 제품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EU와 미국은 관세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미국이 유럽산 철강 및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하자, 유럽은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EU는 미국과 협상을 거쳐 올 3월말까지 발효를 보류했는데 이번에 그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이다.
EU집행위는 "이 재조정 조치는 처음으로 전면 시행된다"며 "선박부터 버번 위스키, 오토바이 등 다양한 미국산 상품들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과 캐나다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을 예고했다. 조나단 레이놀즈 영국 상무 장관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대응책으로 보복 정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 1위 국가인 캐나다도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날까지도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대항으로 온타리오주의 전기료에 대한 25% 할증 부과를 추진했다. 다만 미 정부와의 협의로 할증료 부과 조치는 잠정 보류됐다.
이번 EU의 보복 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트럼프의 반격이 예상된다. 앞서 트럼프는 캐나다 측에서 전기료 할증 카드를 꺼내자 관세를 2배로 높이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중국과도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일 합성마약 펜타닐 유입 문제를 들어 중국산 제품에 기존 10%에 더해 또 10%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석탄, 석유와 대형 엔진 자동차 등에 10~15% 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또 지난 10일부터는 미국산 농·축·수산물 740개 품목에 10~15% 추가 관세 부과를 시작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일본의 미국산 수입쌀에 7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점을 지적하며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해 일본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은 현재 최저 수입량인 77만톤까지 무관세로 미국산 쌀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한 물량에 대해 현재 시세 기준 40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700%라는 수치는 지난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와 협상할 당시 쌀 국제 가격을 감안한 수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한동안 관세로 인한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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