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까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상대로 금리 인하를 요구하면서 사퇴 압박을 가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장 해임 추진설을 일축하며 한발 물러섰다. 또 대(對)중 관세도 협의에 따라 대폭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갑자기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파월 연준 의장 해임'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를 해고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에 동결로 답한 파월 의장을 "메이저 루저, 미스터 투 레이트"라고 비꼬면서 "내가 원하면 그는 빠르게 사임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사퇴 압박을 가했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말을 바꾼 것이다. 다만 금리 인하 촉구 기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식료품 등 물가가 내려갔다고 강조하면서 "연준은 금리를 내려야한다,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은 145%에 달하는 대(對)중 관세에 대해 "매우 높다"고 인정하면서 협상을 하게 되면 "0%는 아니어도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로 부과한 대중 관세율은 145%에 이르는데, 중국 역시 이에 버금가는 125%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던 미중 관세전쟁이 드디어 해빙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JP모건이 비공개로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로 인한 중국과의 교착 상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꿔 유화 발언을 하는 것은 무모한 관세 정책과 연준 흔들기에 따른 후폭풍으로 미국의 주식·국채·달러 등이 '트리플 약세'를 보이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파월 의장 사퇴를 압박하는 발언이 공개되자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고, 뉴욕증시 주요 지수인 S&P500 지수는 2.4% 하락했다.
마크 스핀델 투자운용사 대표는 "그가 눈치를 챘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치명적인 자책골이 될 것"이라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중앙은행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설정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로 가계, 기업, 정부의 차입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 발언이 공개되면서 이날 뉴욕증시도 반등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016.57포인트(2.66%) 오른 3만9186.98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51% 오른 5287.7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2.71% 오른 1만6300.4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최근 백악관의 강경 조치로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약간이나마 풀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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