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기 집권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소규모 농가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확대하고, 행정 및 환경 규제는 간소화하는 '공동농업정책(CAP) 개정안'을 1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번 개정안은 농가의 행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디지털 행정시스템 도입과 환경 조건의 유연한 적용이 골자다. EU 집행위는 이번 조치로 농민들이 연간 약 15억8000만유로(약 2조5000억원)의 점검비용을 아낄 수 있고, 각국 정부는 약 2억1000만유로(약 3200억원)의 행정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기농 인증 및 환경 조건 관련 중복 점검을 줄이고, 농민이 데이터를 한 번 제출하면 여러 행정 절차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일괄 제출, 중복 활용' 방식이 도입된다. EU는 이를 위해 각국 정부에 상호운용이 가능하도록 디지털 시스템을 갖출 것을 권고했다.
소농에 대한 보조금도 확대된다. 농가의 연간 보조금 상한액은 1250유로(약 200만원)였는데 이를 2500유로(약 400만원)로 2배 올린다. 또 최대 5만유로(약 8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단순 보조금 제도도 새로 마련됐다. 자연재해나 가축 질병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를 구제하기 위한 자금도 각국 전략계획에 따라 보다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변경된다.
이번 개정안은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농민시위 대응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겨울 벨기에와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는 농민들이 트랙터를 몰고 도심을 점거하며 복잡한 행정 절차와 환경 규제에 항의했다. 당시 EU의 '그린딜' 정책과 우크라이나 농산물 유입, 에너지 비용 상승 등이 겹치며 농가 부담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크리스토프 한센 EU 농업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편은 단순한 행정 효율화가 아니라 경쟁력 강화, 디지털화, 회복탄력성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며 "농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원국간 농업 현실이 달라 일률적 환경 규정 적용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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