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외선차단제(선크림) 성분이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산호초에 무해하다는 'Reef Safe'(산호초 안전) 마크를 붙인 제품이 앞다퉈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크는 공식인증이 아니며, 실제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외선차단제에는 화학 필터 성분인 옥시벤젠이 산호의 성장을 저해하고 DNA 손상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백화 현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2016년에 발표되면서 하와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해수욕장의 자외선차단제를 금지했다. 이에 화장품 업체들은 '리프 세이프'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산호에게 안전한 제품이라고 홍보하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내추럴 선 에코 슈퍼 액티브 리프세이프 선크림'을 판매하면서 "바다의 산호초와 해양 생태계까지 생각해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알렸다. 또다른 국내 브랜드인 에스지에프앤비(SGF&B)도 '노라 유브이 프로텍션 글로우 선크림'에서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옼토크릴렌을 모두 배제한 '리프 세이프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이 세 가지 성분 모두 해양생물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자외선 필터지만, 독성 연구의 실험조건이 표준화되지 않아 위험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워 진짜로 '자연친화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생태학자 샌디 라이몬도는 "'어떤 필터가 더 안전하다'고 단정할 만큼 충분한 비교 연구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자외선 필터 독성을 측정하는 실험 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았고, 특히 화학 필터는 실험 장비에 잘 달라붙는 특성 탓에 정확한 농도 측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외선차단제의 유효성분인 자외선 필터는 화학 필터와 무기 필터로 나뉘는데, 화학 필터는 피부에 흡수돼 자외선을 열로 바꾸고, 무기 필터는 자외선을 반사해 차단한다. 어느 쪽이든 사용 후 일부는 수영이나 세탁, 샤워 과정에서 수계로 유입된다.
스페인 라스팔마스대학의 화학공학자 두니아 산티아고는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이 자외선 필터와 같은 미량 오염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남은 성분은 처리수를 통해 하천과 바다로 흘러가며, 생물체에 축적될 수 있다.
일부 무기 필터는 피부 위 백탁 현상을 줄이기 위해 나노 입자로 가공되는데, 이 나노 입자가 식물이나 동물의 조직에 침투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무기 필터라고 해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EPA는 자외선 필터의 독성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실험 설계와 측정 방법 개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생태 독성 평가가 공식적으로 이뤄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100프로 리프 세이프'라고 명기된 제품들을 구매하기전 소비자들도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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