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춤추고 싸우고 공을 차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격투기 대회, 춤 공연, 축구경기 등 다양한 무대에 올라 기술력을 뽐내고 있지만, 실용성보다는 '기술과시'와 '홍보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중국의 스프링페스티벌 갈라에서 16대의 유니트리(Unitree) 에이치원(H1) 로봇이 중국 전통무용 춤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의 완전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군무 공연"으로 홍보된 이 공연에서 로봇들은 360도 '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SLAM)' 위치인식, 음악 인식 알고리즘, 실시간 모션 제어를 통해 인간 무용수와 호흡을 맞췄다.
비슷한 시기, 중국 스타트업 엔진AI는 영화 '쿵푸허슬' 속 '도끼단' 안무를 재현한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0.01초 단위로 관절을 제어하며, 공중제비까지 완벽히 수행했다. AI 알고리즘과 영화 안무를 접목한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큰 반응을 이끌었다.

격투 경기장에서도 휴머노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 항저우에서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복싱대회가 열렸다. 유니트리, 엔진AI 등 기업이 출전한 이 대회는 실시간 원격조종과 AI 판단이 결합된 방식으로 진행됐다. 로봇은 스트레이트, 훅, 사이드킥, 회전 발차기 등 복잡한 기술을 구사하며 쓰러졌다가 스스로 일어서기도 했다.
로봇 축구장에서도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3대3 로봇축구 대회에서는 전원 자율주행 AI 기반의 로봇들이 인간개입없이 플레이했다. 경기를 하다 넘어지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났고, 다수의 로봇이 협동해 패스와 수비를 시도했다. 팀간 격돌을 통해 알고리즘 결함을 발견하고 수비 속도·각도 등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은 이같은 퍼포먼스가 단순한 '쇼'가 아니라, 이같은 대회와 공연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 정부 지원 유치, 투자자 어필 등 목적이 명확한 것이다. 유니트리 왕싱싱 대표는 "춤과 격투는 전신 제어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단계"라고 말했고, 부스터로보틱스 정하오 대표는 "경쟁 환경에서야 비로소 알고리즘이 빠르게 발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용성을 둘러싼 회의감도 존재한다. GSR벤처스의 주청하오 대표는 "요즘은 어느 로봇이나 공중제비는 할 수 있는데 누가 수천만원씩 주고 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벤처캐피털은 로봇 기업의 '거품 낀' 밸류에이션을 우려하며 투자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춤도 싸움도 결국은 기술력과 브랜드를 보여주기 위한 훈련"이라고 말한다. 격투기에서 얻은 알고리즘이 공장 제어에 쓰이고, 축구 협동 기술이 병원이나 가정에 전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로봇이 진짜 '일'을 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아직 갈 길이 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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