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가 폭염뿐 아니라 가뭄의 습격도 받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는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우리나라 강원도 동해안의 저수율도 30%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가뭄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이에 국제연합(UN)은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의 가뭄 사태를 '느리게 움직이는 전 지구적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국립가뭄완화센터(NDMC) 설립자 마크 스보보다 박사 등이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피해를 분석한 '세계의 가뭄 핫스팟(Drought Hotspots Around the World)'을 담았다. 보고서는 "가뭄은 조용한 살인자"라며 "천천히 자원을 고갈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했다. 기후변화와 엘니뇨 현상이 가뭄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수·농업·생태계 등 전 분야에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재작년부터 소말리아에서는 가뭄으로 약 440만명이 식량위기에 처했고, 에티오피아·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 전역이 70년만의 최악 가뭄을 겪었다. 보츠와나에서는 하마들이 말라붙은 강바닥에 고립됐고, 짐바브웨·나미비아에서는 먹이 부족과 초지 황폐화를 이유로 코끼리를 도살해 식량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가뭄으로 여성과 아동 등 취약계층의 피해는 더 심각했다. 보고서는 가뭄이 극심했던 동부 아프리카 4개 지역에서 생존을 위한 지참금 확보 목적으로 아동 조혼 사례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전기가 끊기고, 가뭄지역 주민들은 오염된 강바닥을 파서 마실 물을 찾는 '절망적 대응'이 이어졌다.
피해는 저소득국가에 집중됐지만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스페인은 2년간의 가뭄과 고온으로 올리브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고, 남미 아마존 지역에서는 수위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며 어류 폐사와 돌고래 폐사, 수십만명의 식수난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도 강원 동해안 지역의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올해 속초·삼척을 포함한 동해안 23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35.7%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이 시기에 52.2%였던 강릉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는 저수율이 32.9%까지 떨어졌다. 정선군도 누적 강수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 취수원 고갈로 운반급수를 투입하는 지역도 생겨났다.
전세계 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스보보다 박사는 "이보다 더 나쁜 가뭄은 본 적이 없다"며 "가뭄은 단순한 기상현상이 아니라 사회·경제·환경적 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켈리 헬름 스미스 박사도 "다음에도 또 닥칠 문제이고, 그때 더 나은 준비가 되어 있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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