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통인시장. 전통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아담하고, 작은 동네시장이라고 하기에는 그 역사가 길다. 무엇보다 경복궁과 청와대 사이에 위치하고 있어, 그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통인시장의 시작은 조금 슬프다. 일제강점기 시절, 통인시장 주변의 효자동에는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다. 조선총독부와 총독관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관사가 통의동과 경복궁 터에 있었던 터라, 일본인 관리들이 효자동 주변에 많이 거주했던 것이다. 일제는 이들을 위한 시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조선총독부령으로 1941년 통인동에 공설시장을 만들게 됐고, 그것이 통인시장의 시작이다.
현재 통인시장은 두 건물 사이에 300m 길이로 뻗어있다. 이곳에 약 80개의 매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다른 대형 시장에 비해 매장 수가 많지 않지만 상점 하나하나의 사연들이 특별하다. 시장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상회와 청과마트의 사장님들은 통인시장을 60년 이상 지켜온 터줏대감들이다. 북한에서 어머니 등에 업혀 서울로 오게 된 상회 사장님의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눈물겹다.
일제강점기에 시장으로 이용됐던 효자상가아파트 건물은 한때 청와대 직원들과 유명연예인들이 거주했을 정도로 고급건물에 속했다고 한다. 현재도 통인시장은 정치인들이 명절 때마다 방문해 장을 보며 민심을 살피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통인시장은 2012년 '엽전 도시락카페'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5000원을 내면 엽전 10냥과 도시락통을 준다. 이 도시락은 한끼 식사로 충분한 양이다. 엽전 10냥으로 시장에서 파는 기름떡볶이, 잡채, 김밥, 단팥죽, 떡, 식혜 등 다양한 먹거리를 도시락통에 담아먹는 재미는 일품이다. 아이들에게는 전통시장에서의 재미를, 어른들에게는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통인시장은 몇몇 상점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빵을 구워 커피와 함께 판매하는 카페와 현대식 구절판을 판매하는 식당 등 젊은 세대가 운영하는 매장이 들어섰다. 또 50년 이상 운영해온 상점들이 자식에게 매장을 물려주기 시작하면서 통인시장에 젊은 장사꾼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인시장의 명물인 기름떡볶이 매장도 아들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오래된 시계방도 아들이 시계 수리 기술을 물려받으면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지금 통인시장은 관광객과 서촌 주민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전통시장이 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온라인 마트와도 경쟁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통인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고객을 맞이해야 할까? 시장 상인들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결국은 시장도 다양한 콘텐츠가 중요하다. 통인시장의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그리고 상인들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바라본다.
글/박소현 로컬콘텐츠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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