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치매예방...게임은 '질병' 게임화는 '치료제'

이재은 기자 / 기사승인 : 2021-05-18 18: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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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방식 접목된 '게임화' 콘텐츠, 교육에서 의학분야까지 활용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가 코로나 곡선을 납작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미국 IT분야 리서치 전문기관 가트너의 브라이언 버크 부사장은 싱가포르 정부가 개발한 '트레이스투게더' 앱에 약간의 게임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코로나19 예방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트레이스투게더'는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이용자간의 위치를 파악해주는 앱으로, 확진자와 가까이 있으면 알림이 뜬다.

버크 부사장은 이같은 접촉자 추적시스템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를 확립해 예방적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들어, 한산한 시간대에 식료품점을 방문한 사람은 '저위험군'으로 분류해 헬스장이나 식당 출입을 허가하고, 반대로 감염위험이 높은 시설에 자주 출입한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식료품점과 약국 등 필수시설만 이용하도록 선별적 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민들은 스스로 자발적 거리두기를 하게 된다.


싱가포르에 사업기반을 둔 스타트업 뉴로글리(Neuroglee)에서 만든 'NG-001'은 신경퇴행성 질병을 치료하는 '디지털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NG-001은 알츠하이머(치매) 초기 환자가 집에서도 '인지중재'를 경험하도록 한다. '인지중재'는 노년기에도 지적, 사회적, 신체적 활동을 통해 인지적인 활동을 증가시키는 치료법이다. NG-001은 '게임화'를 적용해 환자의 인지 기능을 추적해 맞춤형 '인지과제'를 준다. 인지과제의 종류나 수는 환자의 손가락 움직임 속도와 과제를 끝내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환자의 과거 사진을 활용해 긍정적인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켜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완화하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이처럼 최근 '게임화'가 의료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게임화'는 기존에도 기업 경영, 교육 등에 적용돼 성과를 거두고 있던 영역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디지털 뉴딜을 비롯한 비대면 사업에서 활용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스트레스와 고령화로 인해 증가할 정신질환에 '게임화'가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화'는 목표나 규칙, 피드백 시스템, 자발적 참여 등 원리면에서 '게임'의 방식과 유사하다. 그러나 '게임화'는 사람들의 생활, 건강, 생각 등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에서 '게임'과 큰 차이가 있다. 즉, 현실에 디지털 방식을 적용해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 앞서 언급한 '트레이스투게더'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사회거리를 이끌어내는 앱이고, 'NG-001'은 초기 치매환자가 스스로 인지활동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임화'의 접근방식은 두가지다. 하나는 전통적 콘텐츠에 게임적 요소를 접목시키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자체를 게임으로 바꾸는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화와 게임의 경계는 점차 모호해질 수 있다.

1년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질병'으로 분류됐던 '게임' 업계 입장에서 보면 '게임화'는 그간의 오명을 벗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WHO가 전개하는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은 집에 머물면서 즐기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친한 사람들과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의 장점을 살려 코로나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 캠페인에 유니티, 라이엇게임즈,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18개 게임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라이엇게임즈의 'Play Apart Together' 캠페인 동참 트윗

앞으로 '게임화'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2018년 56억달러였던 '게임화' 시장은 매년 25.4%씩 성장해 2027년에 이르면 429억9000만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3일 치뤄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게임화'가 지문으로 출제됐다. 또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김정태 교수진은 치료용 게임개발을 연구하는 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치매예방,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교통사고 재활, 화상치료 등에 쓰일 게임을 개발할 예정이다. 기업 '뉴냅스'는 뇌 손상 뒤 시야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한 '뉴냅비전'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식약처 임상승인을 받았다.

게임은 인식하기에 따라 '질병'이 되기도 하고 '치료제'가 되기도 한다. 게임에 빠져 산다면 학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게임의 요소를 가미한 '게임화' 콘텐츠는 학업의 흥미를 올려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게임방식을 통해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게임화'는 학업의 흥미를 높이는 교육소재로 많이 활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치료나 재활 등 의학분야에서도 도입되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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